Chapter 10: 생체 요새의 탄생
운동장 한가운데 놓인 괴수의 거대한 사체는 죽어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냈다. 해체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사체 주변에는 잘려 나간 가죽 파편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나는 아들들을 데리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강화 배양액에서 갓 나온 아들들은 이전보다 훨씬 거대하고 단단해진 체격으로 내 뒤를 따랐다. 첫째 아들이 가장 먼저 가죽 더미 근처로 걸음을 옮기자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바닥에 흩어져 있던 가죽 조각들이 아들들의 발걸음에 맞춰 미세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가만히 멈춰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죽은 생명체의 조직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경련하며 반응하고 있었다. 아들들이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가죽 조각들은 자석에 이끌리는 쇳가루처럼 아들들의 방향으로 몸을 비틀었다. 단순한 사후 경직이라고 보기에는 움직임이 너무나 조직적이고 뚜렷했다. 나는 아들들에게 가죽 더미 안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라고 손짓했다.
아들들이 갈라진 가죽 가장자리로 바짝 다가서자 반응은 더욱 격렬해졌다. 괴수의 세포 조직들이 아들들의 피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체 파동을 감지한 모양이었다. 가죽 더미의 잘린 단면에서 붉은 촉수 같은 실 가닥들이 솟아나더니 아들들의 발목을 향해 필사적으로 뻗어 나갔다. 그것은 단순히 공격하려는 움직임이라기보다 본능적으로 하나가 되려는 결합 시도에 가까워 보였다. 아들들의 몸에서 방출되는 강력한 에너지원이 죽어가는 괴수의 세포들을 다시 일깨우고 있었다.
나는 이 현상을 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 거대한 가죽은 단순한 전리품이 아니라 학교를 보호할 완벽한 외벽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즉시 설비 담당 직원들을 운동장으로 소집했다. 그녀들은 여전히 괴수의 잔해를 두려워하며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나는 그녀들에게 창고에 있는 모든 고정 장비와 대형 바늘, 그리고 공업용 접착제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이 가죽들을 전부 이어 붙여라. 그리고 학교 본관과 강당, 외벽 전체를 덮는 거다."
내 지시를 들은 직원들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일에 착수했다. 그녀들은 크레인을 동원해 거대한 가죽 판들을 하나씩 들어 올렸다. 고층 빌딩 수준의 면적을 덮어야 하는 대공사였다. 직원들은 가죽과 가죽 사이를 강철 와이어로 꿰매고 특수 화학 용액을 발라 학교 벽면에 밀착시켰다. 낡은 콘크리트 벽 위로 거무죽죽하고 질긴 괴수의 가죽이 덧씌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이식 공사가 단순한 덮개 작업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학교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거듭나야 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아들들을 학교 담장 곳곳에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했다. 첫째 아들은 정문 입구에 자리를 잡았고 다른 아들들은 외곽 울타리를 따라 늘어섰다. 나는 보건실에서 가져온 생체 전도체 장치들을 꺼냈다. 이것은 신경 신호를 증폭하고 전달하는 실험용 도구였다. 나는 아들들의 등 뒤에 있는 주요 신경절에 전도체의 한쪽 끝을 삽입했다. 아들들은 잠시 몸을 떨었지만 내가 곁에 있기에 묵묵히 통증을 견뎌냈다.
나는 전도체의 반대쪽 끝을 학교 벽면에 부착된 괴수의 가죽 조직 안으로 깊숙이 박아 넣었다. 아들들의 신경계와 죽은 괴수의 가죽을 직접 연결하는 무모한 실험이었다. 만약 내 가공이 옳다면 아들들이 내뱉는 생체 파동은 이 전도체를 타고 가죽 전체로 퍼져나가 세포들을 활성화할 터였다.
작업을 마친 나는 아들들에게 고유의 고주파 파동을 방출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아들들은 일제히 입을 벌리고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영역의 진동을 내뿜기 시작했다. 전도체 장치가 푸른 빛을 내며 작동했고 에너지가 가죽 조직으로 흘러 들어갔다. 나는 가죽의 표면이 아기들의 숨결처럼 천천히 오르내리는 모습을 확인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했다. 학교 건물을 감싼 이 거대한 껍질이 조만간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내 의지대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아들들에게 강도를 높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들들은 일제히 가슴을 부풀리더니 더욱 강력한 고주파 파동을 뿜어냈다. 공기가 미세하게 떨리며 전도체 장치들이 과부하가 걸린 듯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 순간 학교 벽면을 뒤덮고 있던 괴수의 가죽들이 기이한 반응을 보였다. 죽어있던 세포들이 강제적인 자극에 깨어난 모양이었다.
겹겹이 쌓여 있던 가죽 조각들이 마치 비명을 지르듯 기괴하게 뒤틀렸다. 가죽의 표면에 핏줄 같은 돌기들이 솟아오르더니 콘크리트 벽을 타고 빠르게 번져 나갔다. 생명력이 사라졌던 조직들이 아들들의 파동을 자양분 삼아 실시간으로 증식하기 시작했다. 가죽은 빈틈을 메우며 서로 엉겨 붙었고 옥상 난간부터 지층 외벽까지 하나의 거대한 생체 막으로 연결되었다. 나는 그 경이로운 광경을 옥상 한가운데에서 내려다보았다.
흐물거리던 가죽의 질감도 변하기 시작했다. 아들들의 파동이 계속되자 가죽은 수분을 잃는 듯하더니 이내 금속처럼 차갑고 단단한 광택을 띠었다. 말랑한 유기체 조직이 콘크리트 입자와 융합하며 강철보다 질긴 유기체 장갑으로 진화한 것이었다. 학교 건물은 이제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었다. 거대한 괴수의 가죽을 뒤집어쓴 채 숨을 쉬는 거대한 생체 요새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학교 정문에서 일어났다. 아들들이 보낸 파동이 정문의 철제 구조물과 융합된 가죽에 집중되자 가죽 조직들이 수천 개의 이빨처럼 날카로운 뼈 돌기를 형성했다. 철문은 가죽 속에 완전히 파묻혔고 대신 근육질의 막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내가 의지를 담아 아들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정문의 생체 조직들이 거대한 입처럼 벌어지며 길을 열었다. 다시 신호를 보내자 근육이 수축하며 어떤 물리적 충격도 견뎌낼 것 같은 두꺼운 벽으로 입을 닫았다. 생체 게이터의 개폐가 내 손끝 하나에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공사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외벽에 달라붙어 가죽을 고정하던 설비팀과 보조로 동원된 여학생들은 이 갑작스러운 진화의 현장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가죽이 증식하며 뿜어내는 열기와 정체불명의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대피 명령을 내리려 했지만 이미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팽창하는 가죽 조직 사이에서 미세한 먼지 같은 포자들이 안개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괴수가 죽기 직전 남긴 잔류 의식과 활성화된 세포가 뒤섞인 위험한 물질이었다.
일부 여학생들이 이 포자 안개 속에 갇혔다. 그녀들은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며 괴로워했다. 안개를 들이마신 학생들의 신체에서 즉각적인 거부 반응이 나타났다. 나는 옥상에서 계단을 뛰어 내려가 운동장으로 향했다. 가까이서 본 여학생들의 상태는 심각했다. 그녀들의 흰 눈동자는 순식간에 검은 액체로 뒤덮인 듯 새깜매졌다. 눈동자의 경계가 사라진 검은 안구는 인간의 것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비켜! 뒤로 물러나!"
내가 고함을 쳤지만 오염된 학생들은 내 말을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들이 입을 벌리자 목소리가 아닌 괴이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것은 우리가 도심에서 사냥했던 그 거대 괴수의 울음소리와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아 있었다. 학생들의 성대를 빌려 죽은 괴수의 파편이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그녀들의 사지가 기괴한 각도로 꺾이며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랐다.
가장 가까이 있던 한 여학생이 나를 발견했다. 그녀는 평소 내 수업을 듣던 얌전한 우등생이었지만 지금은 굶주린 짐승의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입가에 검은 침을 흘리며 네 발로 땅을 차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속도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상태였다. 그녀의 손톱은 이미 날카로운 갈퀴처럼 변해 바닥의 흙을 파헤쳤다.
나는 뒤로 물러나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녀의 뒤를 이어 포자에 오염된 다른 학생 세 명도 일제히 괴성을 지르며 나를 향해 도약했다. 그녀들의 이성은 이미 괴수의 잔류 의식에 먹혀버린 것 같았다. 나를 선생이 아닌 적이나 먹잇감으로 인식한 공격적인 움직임이었다. 운동장 곳곳에서 이식 공사를 돕던 다른 여성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나는 주변을 살피며 아들들과 친위대를 호출하기 위해 손을 높이 들었다. 학교를 지키기 위해 만든 요새가 오히려 내부에서 나를 공격하는 칼날이 되어 돌아오고 있었다.
나에게 달려드는 여학생의 기세는 매서웠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이 학교에서 평범한 일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는 손을 번쩍 들어 뒤쪽에서 대기하던 친위대에게 신호를 보냈다. 체육 특기생들로 구성된 친위대 여성들은 즉시 작살 총과 특수 제작한 그물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녀들은 오염된 학생들의 압도적인 속도에 밀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진압 작전은 신속했다. 친위대원들은 공중에 그물을 던져 네 발로 달려들던 학생들을 덮쳤다. 그물에 엉킨 여학생들이 바닥을 긁으며 거칠게 저항했지만 친위대원들은 그녀들의 팔다리를 눌러 제압했다. 나는 근처에 있던 굵은 밧줄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학생들은 입에서 검은 액체를 내뿜으며 내 구두 발등을 물어뜯으려 했지만 나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친위대는 발작을 일으키는 학생들의 손목과 발목을 단단히 결박했다.
운동장의 소란이 가라앉자 나는 다음 단계를 고민했다. 이 학생들을 그대로 두면 학교 내의 다른 인원들에게도 오염이 퍼질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당장 죽여버리기에는 그녀들이 보여준 신체 능력이 너무나 아까웠다. 나는 설비 담당 직원들을 불러 본관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폐창고를 개조하라고 명령했다.
"지하 2층 구석을 완전히 비워라. 외부 공기가 유입되지 않게 밀폐하고 특수 여과 장치를 설치해."
직원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둘러 지하로 내려갔다. 나는 병원에서 가져온 공기 정화 필터와 화학실의 정제 장치들을 활용해 임시 사육실을 급조했다. 가죽 포자가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출입문은 이중으로 차단했다. 결박된 학생들은 하나둘씩 어두운 지하 방으로 옮겨졌다. 그녀들은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는 짐승의 소리를 내뱉으며 사육실의 콘크리트 바닥을 발톱으로 긁어댔다.
나는 방음 처리가 된 관찰창 너머로 격리된 학생들을 지켜보았다. 그녀들의 신체는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피부 표면에는 얇은 비늘 같은 조직이 돋아났고 근육은 비정상적으로 뒤틀리며 단단해졌다. 보건 교사가 다가와 그녀들의 상태를 보고했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내 머릿속에는 이 오염된 아이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이들은 더 이상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아니었다. 괴수의 의식과 내 아들들의 파동이 뒤섞여 만들어낸 기이한 산물이었다. 나는 그녀들을 내 의지를 도시 구석구석까지 전파할 새로운 생체 실험체로 부리기로 마음먹었다. 아들들이 강력한 파괴 병기라면 이 오염된 여학생들은 괴수들의 영역에 잠입하거나 적을 교란하는 은밀한 사냥개가 될 수 있었다.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괴수의 본능을 가진 이 존재들은 내 제국을 공고히 할 소중한 자산이었다.
지하 사육실의 조명을 끄고 밖으로 나오자 밤이 깊어 있었다. 학교 건물 전체를 완전히 감싸 안은 유기체 방벽은 이제 고요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거대한 근육과 가죽으로 덮인 학교는 어둠 속에서 거대한 심장처럼 보였다. 성벽 위에 배치된 아들들이 낮은 소리를 내며 주변 경계를 섰고 그들의 신호는 생체 벽을 타고 학교 전체로 퍼져 나갔다.
나는 운동장 한복판에 서서 거대해진 나의 요새를 올려다보았다. 발밑의 지면부터 옥상의 안테나까지 모든 것이 내 통제 아래 놓여 있었다. 죽은 괴수의 가죽은 이제 내 제국의 단단한 갑옷이 되었고 지하에서 으르렁거리는 실험체들은 나의 새로운 칼날이 될 준비를 마쳤다. 문명이 무너진 잿더미 위에서 오직 나만의 질서로 움직이는 기괴한 제국의 기틀이 완성된 셈이었다. 하지만 성벽 너머 먼 곳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포효가 공기를 갈랐다. 생체 요새의 맥동이 그 소리에 반응하며 평소보다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어둠이 짙게 깔린 서쪽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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