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거대 괴수 사냥

빌딩 옥상 난간 너머로 보이는 도심은 죽은 도시가 아니었다. 낡은 건물들 사이로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존재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파트 5층 높이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몸집을 가진 괴수였다. 놈은 건물 사잇길을 천천히 배가하며 기어 다녔다. 거대한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근처의 전신주가 힘없이 꺾여 나갔다. 지금까지 보았던 변종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크기에 잠시 숨을 골랐다. 저런 괴물을 그대로 두면 학교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었다. 곁에 서 있던 첫째 아들이 그 존재를 확인하고는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나는 아들들에게 작전 개시를 알리는 수신호를 보냈다.

병원에서 확보한 자원들을 활용할 차례가 왔다. 나는 약탈 조가 챙겨온 상자들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고농축 마취제와 염화칼륨 용액이 가득 담긴 유리병들이 보였다. 여기에 학교 화학실에서 가져온 몇 가지 시약을 더하면 훌륭한 무기가 될 터였다. 나는 직접 약품들을 혼합하기 시작했다. 비율을 신중하게 조절하며 즉사급 위력을 가진 신경 독가스를 제조했다. 또한 점성이 강한 액체 상태의 함정용 화학물질도 대량으로 만들었다. 이 액체에 닿는 순간 근육은 마비되고 심장박동은 멈출 것이다. 아들들의 물리적인 힘도 강력하지만, 저 정도 크기의 괴수를 상대하려면 효율적인 수단이 필요했다.

나는 지도를 펼쳐 괴수의 이동 경로를 분석했다. 놈은 일정한 간격으로 도심을 선회하고 있었다. 지형지물을 이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를 물색했다. 좁은 골목길과 입구가 좁은 지하 주차장이 최적의 장소로 보였다. 나는 친위대와 아들들을 데리고 목표 지점으로 이동했다. 준비한 화학 함정들을 매복 설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압력 감지식 분사 장치를 지하 주차장 진입로 곳곳에 숨겼다. 바닥에는 점성 강한 신경 마비 액체를 쏟아부어 발판을 만들었다. 함정 설치를 마친 뒤 우리는 건물 뒤편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고 놈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거대 괴수가 우리가 설정한 구역 근처에 도달했다. 놈은 여전히 느릿한 속도로 도로 위의 차량들을 짓밟으며 다가왔다. 나는 첫째 아들에게 유인 명령을 내렸다. 첫째 아들을 포함한 모든 아들들이 일제히 고개를 쳐들었다. 그들은 입을 벌려 인간의 귀로는 들리지 않는 강력한 고주파 생체 파동을 방출했다. 공기가 미세하게 일렁이는 듯한 파동이 괴수를 향해 뻗어 나갔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주변을 배회하던 괴수가 갑작스럽게 몸을 뒤틀며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뱉었다. 아들들이 보낸 파동은 놈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신경계를 뒤흔들었다. 갈팡질팡하던 괴수는 이내 파동의 발원지인 골목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들들은 끊임없이 파동의 강도를 조절하며 놈을 자극했다. 거대한 형체가 서서히 함정이 설치된 좁은 길목으로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계획대로라면 놈은 이제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것이다. 나는 손에 쥔 진압용 창을 고쳐 잡으며 아들들에게 다음 단계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거대 괴수가 좁은 골목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놈의 거대한 덩치가 건물 외벽을 긁으며 시끄러운 소리를 냈지만, 아들들이 내뿜는 고주파 파동에 홀린 듯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괴수의 거대한 앞발이 내가 미리 설정해둔 압력 감지판을 짓눌렀다. 그 순간 보도블록 아래에 숨겨두었던 분사 장치들이 일제히 작동했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농축 마취제와 신경 독물이 섞인 투명한 액체가 사방에서 뿜어져 나왔다.

괴수의 두꺼운 피부 위로 독물이 빈틈없이 달라붙었다. 놈은 갑작스러운 자극에 당황한 듯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독물은 점성이 강해 피부 조직 사이로 빠르게 스며들었고, 놈은 중심을 잡지 못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집을 지탱하던 근육들이 경련하며 제 기능을 잃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옥상 난간을 붙잡고 놈의 반응을 살피며 다음 신호를 기다렸다. 독이 퍼지는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다. 놈의 앞다리가 꺾이며 육중한 몸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지금이다. 발사해!"

내 외침에 맞춰 건물 옥상과 창가에 매복해 있던 친위대 여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들은 학교 공업실에서 개조한 대형 작살 총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작살 끝에는 인근 저수지에서 가져온 굵은 강철 와이어가 연결되어 있었다. 탕 하는 굉음과 함께 수십 발의 작살이 공중을 가로질러 괴수의 몸에 박혔다. 날카로운 촉이 놈의 거죽을 뚫고 뼈 근처까지 파고들었다. 작살 총을 발사한 여성들은 즉시 와이어를 건물 기둥과 고정된 구조물에 단단히 결박했다.

신경계가 마비된 상태에서 몸이 묶인 괴수는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놈은 남은 힘을 쥐어짜며 몸부림을 쳤고, 그 여파로 서 있던 건물의 유리창들이 깨져 나갔다. 콘크리트 파편이 비처럼 쏟아졌지만 친위대원들은 흔들림 없이 현장을 지켰다. 놈의 저항이 거세질수록 작살에 연결된 와이어는 팽팽하게 당겨져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소리를 냈다. 괴수의 거대한 꼬리가 휘둘러질 때마다 옆 건물의 외벽이 종잇장처럼 무너져 내렸다. 더 지체했다가는 건물이 붕괴하여 아군들까지 위험해질 상황이었다.

나는 아들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첫째 아들이 가장 먼저 빌딩 옥상에서 허공을 가로질러 괴수의 등 위로 뛰어내렸다. 다른 아들들도 그 뒤를 따라 탄력 있는 신체를 이용해 괴수의 몸체 위로 도약했다. 아들들은 괴수의 거친 가죽을 움켜쥐고 단단히 고정된 채 움직였다. 그들의 손끝에서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골격이 솟아나 있었다. 아들들은 그 골격을 이용해 괴수의 등 가죽을 사정없이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쩍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놈의 단단한 가죽이 벌어졌다. 괴수는 고통에 겨워 더욱 거칠게 발버둥 쳤지만, 아들들은 끈질기게 매달려 상처를 더 깊게 파냈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지만 아들들은 멈추지 않고 손을 집어넣어 근육 조직을 뜯어냈다. 상처가 커질수록 괴수의 울음소리는 힘을 잃어갔다. 마침내 아들들이 놈의 흉부 근처를 완전히 개방하며 안쪽의 생체 조직을 드러냈다. 내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진 셈이었다.

나는 옥상에서 계단을 타고 로비로 단숨에 내려갔다. 미리 준비해둔 대형 진압용 창을 챙겼다. 이 창은 공사장 철근을 깎아 만든 것으로, 끝부분에는 신경 독물을 바른 날이 장착되어 있었다. 나는 골목으로 달려 나가 비틀거리는 괴수의 정면으로 향했다. 놈의 거대한 눈동자가 나를 향해 번뜩였지만, 이미 마비가 진행된 상태라 공격해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들들이 벌려놓은 가슴 틈새를 조준하고 창을 고쳐 잡았다.

괴수의 흉부 안쪽에서 거대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나는 그대로 도약하여 놈의 열린 상처 속으로 창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창끝이 단단한 심장 외벽을 뚫고 중심부를 정확히 관통했다. 놈의 온몸이 마지막 발작을 일으키며 경련했고, 나는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어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엄청난 양의 액체가 쏟아져 나오며 내 옷을 적셨지만 개의치 않았다.

거대한 심장의 박동이 점차 느려지더니 이내 완전히 멈췄다. 놈의 육중한 머리가 바닥으로 맥없이 떨어지며 거대한 진동을 일으켰다. 골목을 가득 채웠던 비명과 파괴의 소음이 멈추고 적막이 찾아왔다. 나는 괴수의 가슴 위에서 창을 뽑아내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도심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포식자가 내 손에 숨을 거두었다. 아들들은 놈의 사체 위에 당당히 서서 자신들의 승리를 만끽하듯 낮은 소리를 냈다. 이제 이 거대한 사체는 우리를 위한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나는 사체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며 다음 지시를 내리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친위대 여성들이 하나둘 건물에서 내려와 내가 서 있는 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괴수의 거대한 몸집이 바닥에 고정되자 아들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째 아들은 내가 뚫어놓은 가슴의 십자 틈새에 손을 집어넣어 갈비뼈를 양옆으로 밀어냈다. 우두독하며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좁은 골목에 울려 퍼졌다. 흉강이 완전히 열리자 그 안에서 집채만 한 크기의 검붉은 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숙주의 숨은 끊겼지만 심장은 여전히 미세하게 경련하며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심장을 연결하고 있는 굵은 혈관들을 차례로 끊어냈다.

뜨거운 액체가 솟구쳐 내 얼굴과 옷을 적셨지만 멈추지 않았다. 혈관을 모두 분리하자 거대한 육질 덩어리가 묵직하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미리 준비해온 특수 보관 용기를 지시했다. 약탈 조 여성들이 달려와 대형 스테인리스 용기의 뚜껑을 열었다. 심장을 용기 안에 밀어 넣자 보존액이 파동을 일으키며 찰랑거렸다. 이 심장은 단순한 장기가 아니라 신인류의 성장을 도울 핵심적인 영양원이 될 터였다. 뚜껑을 단단히 잠근 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대한 사체를 내려다보았다.

"트레일러를 이쪽으로 배치하라. 쇠사슬을 가져와서 단단히 묶어."

내 명령에 도심 외곽에서 대기하던 중장비들이 엔진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병원에서 확보한 대형 트레일러와 공사장에서 끌어온 크레인이 골목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친위대 여성들은 굵은 쇠사슬을 괴수의 목과 사지, 그리고 몸통에 여러 겹으로 감았다.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질 때마다 트레일러의 엔진이 거칠게 울부짖었다. 아들들도 달라붙어 사체의 무게를 분산시키기 위해 괴수의 밑동을 들어 올렸다. 거대 괴수의 사체는 서서히 바닥에서 떨어져 트레일러 적재함 위로 실렸다.

원정대는 승전보를 울리며 학교로 기수를 돌렸다. 도심의 망가진 도로 위로 거대한 괴수를 실은 트레일러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학교 정문을 통과할 때 운동장에서 대기하던 교사들과 학생들이 그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파트 5층 높이의 괴수가 사슬에 묶여 끌려오는 모습은 공포와 경외심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나는 지프차에서 내려 운동장 한가운데에 사체를 부리라고 지시했다. 거대한 먼지가 일며 괴수의 몸체가 운동장 흙바닥에 내려앉았다.

작업은 곧장 학교 지하 보건실로 이어졌다. 나는 보건실 내부를 개조해 대형 수조를 여러 개 설치해둔 상태였다. 설비 담당 직원들이 전기톱과 대형 칼을 들고 괴수의 사체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질긴 가죽을 벗겨내고 근육 조직을 부위별로 나누어 지하 수조로 옮겼다. 나는 따로 적출해온 거대한 심장을 꺼내 특수 배양 장치에 연결했다. 심장에서 추출한 진한 성분들을 정제하여 기존의 배양액에 혼합했다. 배양액은 금세 검푸른 빛으로 변하며 기이한 생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들들을 불러 모았다. 첫째 아들을 비롯한 신인류 부대는 내 의도를 이해한 듯 옷을 벗어 던지고 수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강화된 배양액 속에 몸을 담근 아들들의 피부 위로 혈관이 굵게 솟아올랐다. 배양액에 섞인 거대 괴수의 유전 정보와 영양소가 아들들의 세포 속으로 빠르게 흡수되었다. 그들의 신체는 실시간으로 팽창하며 더욱 단단한 골격과 근육을 형성했다. 인간의 성장을 초월한 진화의 현장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강화된 아들들은 이제 더 거대한 위협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완벽한 병기가 될 것이다.

도심 서쪽 영토는 이제 명실상부한 나의 기지가 되었다. 병원에서 가져온 의료 장비들이 학교 보건실을 채웠고, 거대 괴수의 잔해는 우리 제국의 힘을 증명하는 훈장이 되었다. 나는 아들들이 잠긴 수조 옆에 서서 서서히 눈을 감았다. 학교라는 작은 울타리를 넘어 도시 전체가 내 손아귀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평온함은 길지 않았다. 지하실의 깊은 구석에서 아들들의 반응과는 다른, 이질적인 진동이 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수조 속의 배양액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고, 잠들어 있던 아들들이 동시에 눈을 떴다. 그것은 공포가 아니라 기이한 동질감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지상 위의 운동장에 남겨진 괴수의 가죽 조각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렸다.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고개를 들었다. 학교 건물 전체가 낮은 울림과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가 가져온 것은 단순한 전리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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