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 도시의 주인

첫째 아들이 서쪽 도심 방향을 가리키며 멈춰 섰다. 아이는 그쪽에서 나오는 생체 신호를 잡아낸 모양이었다. 나에게 전달되는 감각은 이전보다 훨씬 강렬하고 묵직했다. 단순한 괴물들의 움직임이 아니라 거대한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아이의 어깨를 짚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학교 울타리 안에서 머무는 단계는 지났다.

"전원 출격 준비를 하라."

나는 뒤를 따르던 친위대와 여성들에게 명령했다. 내 목소리에 맞춰 광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첫째 아들은 이미 성인 남성 수준으로 자라나 있었다. 불과 며칠 전 태어난 아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체격이었다. 아이는 내 명령을 이해한 듯 고개를 까닥인 뒤 대열의 맨 앞머리로 이동했다. 그 뒤로 수십 명의 신인류 아들들이 줄을 지어 섰다. 그들은 각자 길들인 괴수 노예들을 한 마리씩 거느리고 있었다. 쇠사슬에 묶이지 않았음에도 괴수들은 아들들의 의지에 완전히 굴복하여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우리는 굳게 닫혀 있던 교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대형 트럭과 개조한 차량들이 엔진 소리를 내며 뒤를 따랐다. 체육 특기생들로 구성된 친위대 여성들은 무기를 고쳐 쥐며 아들들의 옆을 지켰다. 자원 약탈 조로 선발된 여성들은 화물 칸에 탑승하여 내가 가리키는 서쪽 도심을 응시했다. 대규모 원정대 대열이 황무지를 가로지르며 나아가는 장관이 펼쳐졌다. 나는 지프차 조수석에 앉아 지도를 살피며 이동 경로를 점검했다.

길은 처참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소행성 충돌의 흔적인지 전복된 차량들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하지만 아들들은 아무런 장애도 느끼지 않는 듯 민첩하게 앞서 나갔다. 그들이 내뱉는 생체 파동은 공기 중의 습도를 바꾸는 것처럼 묘한 압박감을 만들어냈다. 괴수들이 우리를 피하거나 오히려 대열에 합류하려는 기색을 보였다.

두 시간 정도 행진을 이어가자 도심 진입로를 나타내는 표지판이 보였다. 빌딩 숲이 가까워질 무렵 길가에 매복해 있던 변종 괴물들이 튀어나왔다. 놈들은 굶주림에 미친 듯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대열을 덮치려 했다. 하지만 첫째 아들이 한 발 앞으로 나서자 상황이 급변했다. 아이가 입을 벌려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내뿜자 공기가 미세하게 떨렸다.

달려들던 괴물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놈들은 공격 의사를 상실한 채 부르르 떨며 바닥을 긁어댔다. 아들들이 방출하는 생체 파동은 변종들의 신경계를 직접적으로 타격하여 의지를 꺾어버리는 듯했다. 나는 차에서 내려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놈들은 이제 포식자가 아니라 사냥꾼 앞에 놓인 무력한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 아들들은 여유롭게 다가가 근처에 멈춰 선 변종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 땅의 주인은 이제 바뀌었다.

아들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째 아들은 제자리에 얼어붙은 변종 괴물의 목덜미를 움켜쥐더니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괴물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헛바람을 들이켜는 사이, 아이는 거침없이 놈의 팔다리를 붙잡아 반대 방향으로 꺾어버렸다. 우두둑하며 뼈가 가루가 되는 소리가 들렸고, 질긴 가죽 같은 피부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아이들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오직 맨손으로 변종들의 사지를 분리하며 무력화시켰다.

내 뒤를 따르던 친위대 여성들이 그 광경을 보며 앞으로 나섰다. 그녀들은 아들들이 길을 터준 그 지점으로 달려가 날카로운 창과 칼을 휘둘렀다. 아들들이 사지를 찢어 고정해 놓은 변종들의 심장을 찌르거나 목을 베어 확인 사살을 이어갔다. 도심 진입로를 가득 메웠던 검은 괴물들은 순식간에 시체 더미로 변했다. 거리는 피와 오물로 뒤덮였지만, 우리 대열은 멈추지 않고 전진했다. 아들들이 앞장서서 파동을 내뿜을 때마다 숨어 있던 변종들이 경직된 채 바닥을 굴렀다.

원정대는 거침없이 도심 안쪽으로 진입했다. 빌딩 숲 사이로 부서진 유리창과 타버린 차량들이 즐비했다. 그때 건물 뒤편 어두운 골목에서 지저분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뼈만 남은 앙상한 체격에 초점이 풀린 눈을 한 소규모 생존자 집단이었다. 그들은 우리 대열 중앙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제발... 먹을 것 좀 주십시오.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었습니다."

앞장선 남자가 마른 손을 내밀며 애원했다. 뒤에 서 있던 이들은 내 발치에 엎드려 자원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굶주림보다 더한 탐욕이 서려 있었다. 남자의 허리춤에 조잡하게 만든 칼날이 꽂혀 있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이들은 누군가를 돕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라, 우리 대열의 물자를 노리고 기회를 엿보는 쥐새끼들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첫째 아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들을 제압하라. 무기를 전부 회수해."

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아들들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구걸하던 남자는 반항할 틈도 없이 바닥에 처박혔다. 아들들은 그들의 팔을 뒤로 꺾어 제압한 뒤 몸에 지니고 있던 칼과 송곳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던져버렸다. 무장을 해제당한 생존자들은 아들들의 압도적인 힘에 눌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들바들 떨었다. 나는 그들을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지나쳤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저런 나약한 생존자들이 아니었다.

첫째 아들이 다시 북쪽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우뚝 솟아 있는 곳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종합병원'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간판이 보였고, 그 옆에는 대형 제약 물류 창고가 맞닿아 있었다. 학교 보건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보물 창고였다. 나는 즉시 지프차에서 내려 병원 정문을 향해 검을 치켜들었다.

"친위대는 외곽을 봉쇄하라. 약탈 조는 진입 준비를 마쳐라. 하나도 남김없이 쓸어 담는다."

포위 작전은 지체 없이 시작되었다. 친위대 여성들은 병원의 출입구들을 차단하며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병원 내부에서는 놈들의 구역을 침범한 우리를 향해 기괴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둠 속에서 변종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지만, 아들들은 이미 건물 안으로 뛰어든 뒤였다.

건물 안쪽에서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터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아들들은 복도를 가로지르며 눈에 보이는 모든 변종을 도살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근력과 속도로 놈들의 머리를 짓이기고 척추를 뽑아버렸다. 병원 로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검은 액체가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들들이 내부 정리를 끝냈다는 생체 신호를 보내오자 나는 대기하고 있던 약탈 조 여성들에게 수화물을 챙기라고 지시했다.

약탈 조 여성들이 비어 있는 상자를 들고 병원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녀들은 아들들이 치워놓은 변종들의 시체를 밟으며 조제실과 창고로 향했다. 유통기한이 넉넉한 항생제와 진통제, 응급 수혈용 팩들이 순식간에 상자에 담겼다. 수술대 위에 놓인 도구들과 고가의 의료 장비들까지 통째로 적재함에 실렸다. 학교의 보건 체계를 완성할 귀중한 자원들이 내 손아귀에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아들들이 지키고 있는 복도를 지나가며 흐뭇하게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병원 곳곳에는 아직 피 냄새와 소독약 냄새가 섞여 있었지만, 내 눈에는 오직 축적되는 권력의 증거들만 보였다. 한쪽에서는 약탈 조가 일렬로 서서 상자를 지프차로 옮기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거대한 병원 건물이 서서히 우리의 기지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보며 나는 다음 목표를 떠올렸다. 진정한 제국의 발판은 이제 막 마련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약탈 조가 의약품 상자를 실어 나르는 동안, 지하실 쪽에서 아들들의 특유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발견했다는 신호였다. 나는 아들들을 따라 병원 지하 대피소로 향했다. 무거운 철문을 걷어차고 들어가자, 좁고 어두운 공간에 수십 명의 여성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들은 갑작스러운 침입자들의 모습에 소리를 지르며 구석으로 파고들었다. 대부분 2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성들이었다.

아들들은 그녀들을 짐승처럼 몰아 대피소 밖으로 끌어냈다. 병원 앞 광장에 일렬로 늘어선 그녀들은 공포에 질려 어깨를 떨었다. 먼지와 피로 범벅된 아들들의 모습과 그 뒤에 버티고 선 친위대의 무기는 그녀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그녀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폈다. 굶주림에 수척해졌지만, 신체적으로는 학교의 새로운 자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들은 누구입니까?"

친위대 대원 한 명이 내 곁에서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그녀들의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학교에 있는 인원들만으로는 제국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더 생산적인 노동력과 더 많은 수태자가 필요했다. 외부에서 발견된 이 생존자들은 내 계획을 완성할 최적의 재료였다.

"전부 차에 태워라. 학교로 압송한다."

내 선언에 여성들은 서로의 손을 꼭 맞잡으며 울먹였다. 나는 그녀들을 향해 냉정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살려주는 대가는 노동과 번식으로 치르게 될 것이다. 학교로 가면 새로운 계급에 편입될 테니, 운 좋게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도록 해라."

내 명령에 따라 약탈 조 여성들이 그녀들을 거칠게 몰아 트럭 적재함에 밀어 넣었다. 그녀들은 이제 자유로운 생존자가 아니라 내 제국을 지탱할 새로운 노역 계급이자 번식 도구가 될 터였다. 항생제와 수술 도구로 가득 찬 상자들 옆에 그녀들이 자리를 잡았다. 엔진 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우며 차량들이 하나둘 학교를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전리품을 실은 트럭들이 멀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첫째 아들을 돌아보았다. 아이는 여전히 서쪽 도심의 중심부를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나는 아들들과 함께 병원 근처에서 가장 높이 솟은 고층 빌딩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는 비상계단을 걸어 올라가면서도 아들들은 지치지 않았다. 옥상 문을 열고 나가자 차가운 바람이 내 얼굴을 때렸다.

발아래로 회색빛 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무너진 도로와 불타버린 건물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지만, 이제 그곳에 흐르는 공기는 나의 지배를 받기 시작했다. 나는 미리 준비해온 검은 천을 꺼냈다. 그 위에는 나를 상징하는 붉은 문양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나는 난간 가장 높은 곳에 깃발을 꽂고 단단히 고정했다.

바람을 타고 펄럭이는 깃발이 도심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첫째 아들이 내 곁에서 무릎을 꿇었고, 다른 아들들도 옥상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들은 자신의 씨를 내린 아비이자 주인을 향해 절대적인 복종을 맹세하고 있었다. 나는 난간을 붙잡고 멀리 보이는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학교라는 작은 요새를 벗어나, 이 거대한 도시 전체가 이제 나의 영토가 되었음을 체감했다.

"나의 제국이다."

나는 나직하게 읊조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승리감에 젖어 있던 순간, 멀리 도심 서쪽 끝에서 기이한 진동이 다시 느껴졌다. 아까보다 훨씬 거대하고 차가운 생체 파동이었다. 첫째 아들이 갑자기 고개를 쳐들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빌딩 사이를 노려보았다. 그곳에서 평범한 변종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형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의 영토 확장을 지켜보는 또 다른 포식자의 눈빛이 느껴졌다.

Comments (0)

No comments yet. Be the first to share your thoughts!

Sign In

Please sign in to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