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새로운 인류의 행진
보건 교사는 아기를 안아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품에 있던 첫 번째 아기를 다시 넘겨주었다. 아기는 벌써부터 내 손가락을 꽉 쥔 채 놓아주지 않으려 했다. 갓 태어난 존재라고는 믿기지 않는 힘이 느껴졌다.
"이 아이를 보건실 안쪽 특별 구역으로 옮기세요. 당장 정밀 분석을 시작해야 합니다."
내 목소리에 보건 교사가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아기의 상태를 기록하기 위해 차트를 챙겼다. 나는 그녀에게 아이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라고 덧붙였다. 외부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뿐만 아니라 신체 조직이 재구성되는 속도를 매 분 단위로 체크하라고 지시했다. 그녀는 경외심이 담긴 표정으로 아기를 소중하게 감싸 안으며 보건실 안쪽으로 향했다.
나는 강당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여전히 산통을 겪는 여성들이 많았지만, 이미 출산을 마친 체육 특기생 유전자 수태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들은 출산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산모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회복이 빨랐다. 강인한 신체 조건을 물려받은 그녀들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들을 따로 불러내어 강당 한편에 집결하도록 했다.
"너희는 이제부터 내 친위대다. 학교를 지키고 내 아이들을 보호하는 방패가 될 것이다."
나는 무기고에서 가져온 진압용 방패와 가스총, 그리고 창고에 비축해두었던 날카로운 날붙이들을 그녀들에게 지급했다. 체육 전공생들답게 그녀들은 무기를 다루는 법을 금방 익혔다.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그녀들의 눈빛은 이전보다 훨씬 날카롭고 집요하게 변해 있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각자 무장을 갖추고 대열을 정비하라고 명령했다. 그녀들은 말없이 내 지시에 따르며 전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때 내 옆으로 묵직한 존재감이 다가왔다. 아까 보건 교사에게 보냈던 첫째 아들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내 품에 안겨 있던 아기가 어느새 대여섯 살 소년 정도의 체격으로 자라 있었다. 옷도 맞지 않아 강당에 있던 커튼을 몸에 두른 모습이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성인보다 깊고 명확했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내가 자신의 우두머리임을 인지하는 듯 내 곁에 바짝 붙어 섰다. 아이의 사지는 이미 단단한 근육으로 뒤덮여 있었고, 걷는 발걸음마다 힘이 실렸다.
강당 밖에서 들려오는 굉음이 점점 더 커졌다. 정문을 뚫고 들어온 괴생명체들이 본관 근처까지 접근했다는 사실이 벽을 타고 전해지는 진동으로 느껴졌다. 나는 허리춤에 찬 검을 고쳐 쥐었다. 무장을 마친 친위대 여성들이 내 뒤로 늘어섰고, 첫째 아들은 내 왼편에서 전투 준비를 마쳤다. 나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다.
"나를 따르라. 학교를 어지럽히는 것들을 전부 쓸어버린다."
나는 강당의 무거운 철문을 직접 밀어 열었다. 복도는 서늘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지만, 내 뒤를 따르는 친위대의 발소리가 그 정적을 깨뜨렸다. 첫째 아들은 소리 없이 민첩하게 앞서 나갔다. 아이의 움직임은 인간의 범주를 한참 벗어나 있었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도약력은 기성 동물의 그것과 비슷했다. 우리는 본관 입구를 지나 괴물들이 들이닥친 학교 정문을 향해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 부서진 정문 사이로 기이하게 뒤틀린 괴물들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놈들은 굶주린 소리를 내며 본관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나는 친위대에게 전투 대형을 유지할 것을 명령하며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나아갔다.
정문을 뚫고 들어온 괴생명체는 세 마리였다. 놈들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사지는 기괴하게 늘어져 있었고, 피부는 타르처럼 검게 변해 있었다. 가장 앞에 선 놈이 나를 발견하고는 입을 크게 벌리며 포효했다. 놈이 바닥을 박차고 달려드는 순간, 내 옆에 서 있던 첫째 아들이 움직였다. 아이의 움직임은 내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지면을 박차고 튀어 나가는 소리가 고막을 때렸고, 아이는 순식간에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아이는 비정상적인 속도로 도약하여 달려들던 괴수의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놈이 당황하여 팔을 휘둘렀지만 아이는 이미 괴수의 등 뒤로 넘어가 있었다. 아이는 망설임 없이 작은 두 손을 뻗어 괴수의 굵은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괴수는 고통스러운 듯 몸을 비틀며 아이를 떨쳐내려 했지만, 아이의 손가락은 마치 강철 갈고리처럼 놈의 살점을 파고들었다.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숨을 멈췄다.
아이는 기합 소리조차 내지 않고 팔에 힘을 주었다. 우두둑하며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아이는 그대로 괴수의 목을 옆으로 비틀며 단숨에 찢어버렸다. 검은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고, 머리가 대롱거리는 괴수의 몸뚱이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갓 태어난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존재가 성인 남성 몇 명도 당해내지 못할 괴물을 오직 맨손으로 제압한 것이다. 나머지 괴수들이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나는 친위대에게 사격 명령을 내리려다 멈췄다. 뒤따라온 다른 아이들도 하나둘씩 광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은 첫째 아들처럼 소년의 체격은 아니었지만, 이미 걸음마를 떼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괴수들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달려들 기세였던 나머지 괴수들이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 서서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놈들은 공격성을 잃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나는 공기 중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에 집중했다. 아이들이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기묘한 파동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소리라기보다 뇌를 직접 울리는 파장 같았다. 아이들이 내뱉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발산되는 특수한 생체 파동이 괴수들의 신경계를 마비시키고 있었다. 첫째 아들이 괴수 한 마리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괴수는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지만, 아이가 손을 뻗어 놈의 머리에 가져다 대자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괴수는 이제 공격자가 아니라 순종적인 사냥개처럼 보였다. 아이가 다른 곳을 가리키자 괴수가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꼬리를 말았다. 나는 이 광경을 보며 소름 돋는 전율을 느꼈다. 내 아이들은 단순히 외부 바이러스에 면역을 가진 존재가 아니었다. 놈들은 자신들을 죽이러 온 포식자들을 역으로 제압하고, 그들의 의지를 굴복시켜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조종하고 있는 건가."
나는 나직하게 읊조리며 첫째 아들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나를 돌아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 눈동자 속에는 괴수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이 아이들은 세상의 포식자들을 지배하는 새로운 최상위 포식자로 태어난 셈이었다. 나는 아이의 어깨를 짚으며 놈들의 생체 신호를 유심히 관찰했다. 괴수들의 눈동자 색이 아이들의 안광과 비슷하게 변하고 있었다.
이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교는 더 이상 방어에 급급한 요새가 아니었다. 내 혈통이 가진 이 압도적인 지배력만 있다면, 밖에서 날뛰는 저 괴물들을 군대로 만들 수도 있었다. 나는 뒤편에서 경악한 표정으로 서 있는 친위대 여성들을 돌아보았다. 그녀들도 자신들이 낳은 존재가 보여주는 초월적인 힘에 압도되어 무기를 든 채 얼어붙어 있었다. 나는 첫째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무너진 정문 너머의 황무지를 노려보았다. 이제 우리가 사냥을 나갈 차례였다.
나는 첫째 아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아이는 내 손길에 즉각 응답하며 무너진 정문 밖을 향해 몸을 돌렸다. 뒤이어 출산 후 기력을 회복한 수십 명의 신인류 아이들이 대열의 선두로 나섰다. 그들은 아직 어린 소년의 외형을 하고 있었지만, 걸음걸이에는 성인 전사를 능가하는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나는 무장한 친위대 여성들에게 전진 명령을 내렸다.
"아이들을 따라라. 학교 주변 1km 반경에 있는 모든 움직이는 것들을 사냥한다."
내 명령이 떨어지자 아이들은 짐승 같은 속도로 학교 밖 황무지를 향해 튀어 나갔다. 그들이 내뱉는 특유의 생체 파동이 공기를 진동시키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덤불 속에 숨어 있던 괴생명체들이 그 파동에 노출되자마자 경직된 채 바닥을 굴렀다. 아이들은 주저하지 않고 달려들어 놈들의 숨통을 끊거나, 일부는 정신을 장악하여 우리 대열의 방패로 삼았다. 친위대 여성들은 아이들이 무력화시킨 괴수들에게 가스총을 쏘거나 날붙이를 휘둘러 확인 사살을 이어갔다.
사냥은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웠다. 한때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괴물들은 내 아이들 앞에서 무력한 먹잇감에 불과했다. 학교를 둘러싼 숲과 폐허가 된 민가들을 샅샅이 뒤지며 우리는 단 한 마리의 위협 요소도 남겨두지 않았다. 아이들의 파동에 굴복한 괴수 몇 마리는 이제 우리 대열의 맨 앞에서 길을 닦는 노예가 되어 있었다. 나는 피 묻은 검을 갈무리하며 탐색을 마친 구역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렸다. 학교 인근 1km는 이제 완벽하게 정화된 우리의 영토였다.
"오늘부터 이 땅은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선다. 저수지와 발전소, 그리고 인근 마을까지 모두 나의 지배 아래 둔다."
나는 숨을 몰아쉬는 친위대와 아이들 앞에서 공식적인 영토 확장을 선언했다. 그녀들은 피와 땀으로 범벅된 얼굴로 나를 우러러보았다. 공포와 경외심이 뒤섞인 그들의 눈동자에는 이제 나를 향한 맹목적인 복종만이 남아 있었다. 외부의 위협이 완전히 거세되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학교 내부로 전달되었다. 나는 승전보를 이끌고 다시 본관 앞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에는 수백 명의 여성이 집결해 있었다. 보건 교사와 행정 직원, 그리고 노역에 시달리던 미임신 학생들까지 모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피칠갑이 된 아이들과 괴수 노예들을 이끌고 나타나자 광장에는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그녀들은 내 발치에 무릎을 꿇으며 구원자를 맞이하는 의식을 치렀다. 나는 단상 위로 올라가 떨고 있는 그녀들을 내려다보았다.
"우리는 이제 생존을 넘어 번영의 단계로 진입한다. 학교 안에 갇혀 있는 시대는 끝났다."
나는 광장에 모인 여성들에게 새로운 조직 체계를 공표했다. 식량 생산에만 집중하던 인력 중 건강한 이들을 선별하여 '자원 약탈 조'를 편성하라고 명령했다. 그녀들은 내 아이들의 비호를 받으며 인근 도시 거점으로 파견될 예정이었다. 버려진 마트의 생필품, 병원의 의약품, 그리고 제국 건설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학교로 실어 날라야 했다. 그것은 단순한 수거가 아니라 멸망한 문명의 잔해를 긁어모으는 약탈의 시작이었다.
"준비된 자들만이 내 아이들이 보호하는 이 낙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도시의 모든 자원을 쟁취해라. 그것이 너희가 증명해야 할 가치다."
내 명령은 거역할 수 없는 법령이 되어 광장을 가득 채웠다. 여성들은 질투와 욕망이 뒤섞인 비명을 지르며 나를 찬양했다. 약탈 조에 선발되기 위해 서로를 밀치며 앞다투어 충성을 맹세하는 모습은 기괴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나는 광장 한가운데 서서 내 지배력이 학교의 문을 넘어 저 멀리 펼쳐진 도시 도심으로 뻗어 나가는 것을 상상했다.
축제와 같은 광기가 가라앉을 무렵, 정찰을 나갔던 첫째 아들이 내 곁으로 다가와 소매를 당겼다. 아이의 눈은 서쪽 도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에서 평범한 괴생명체와는 다른, 거대하고 불길한 검은 연기와 함께 정체 모를 생체 신호가 감지되고 있었다. 제국의 확장을 선포한 나의 첫 번째 원정길에 예상치 못한 거대한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는 신호였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음 전장을 향한 갈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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