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속성 성장

보건 교사의 안색이 창백했다. 그녀는 나를 보건실 안쪽 특별 면담실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만삭에 가까운 임산부 몇 명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는 그녀가 가리킨 임신한 여학생의 복부를 유심히 살폈다. 얇은 환자복 위로 기이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태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강렬하고 빨랐다. 아이가 안에서 발로 차는 수준이 아니라, 무언가 꿈틀거리며 복벽을 뚫고 나오려는 기세였다. 학생은 고통스러운지 신음하며 침대 난간을 꽉 붙잡았다.

나는 침대 곁으로 다가가 학생의 배에 손을 올렸다.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파동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내부에서 마치 기계가 돌아가는 것 같은 진동이 느껴졌고, 태아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변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복부가 비정상적으로 팽창했다가 수축하기를 반복했다. 그것은 생명체라기보다 급격하게 부풀어 오르는 풍선 같았다. 나는 보건 교사를 돌아보며 당장 정밀 검사를 시작하라고 명령했다.

보건 교사는 서둘러 초음파 기기를 가져왔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학생의 배에 젤을 바르고 탐촉자를 문질렀다. 모니터에 나타난 비릿한 흑백 화면을 보며 우리 둘은 말을 잃었다. 화면 속 태아는 이미 신생아의 형태를 한참 지나쳐 있었다. 골격은 일반적인 아기보다 훨씬 단단하고 굵었으며, 장기들이 형성되는 속도가 눈으로 확인될 만큼 빨랐다. 보건 교사는 혈액 분석 장비도 가동했다. 그녀는 채혈한 샘플을 기기에 넣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입술을 바짝바짝 태웠다.

검사 결과 수치가 인쇄되어 나오자 보건 교사는 서류를 내게 내밀었다. 유전자 변형 수치가 정상 범위를 수백 배 초과해 있었다. 유전 정보가 실시간으로 재구성되며 신체 조직을 기하급수적으로 만들어내는 상태였다. 보건 교사는 이것을 초속성 성장이라고 불렀다. 세포 분열 속도가 일반적인 인간보다 수십 배는 빨랐다.

우리는 데이터를 더 자세히 분석했다. 임신한 지 불과 몇 주 지나지 않은 여성들의 몸 상태가 이미 출산 직전의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평균 10개월이 걸리는 임신 기간이 수주 단위로 단급되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어제보다 오늘 배가 더 부풀어 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태아는 어머니의 체내 자원을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며 스스로를 완성하고 있었다.

나는 이 변이된 성장 속도를 보며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인류가 멸망해가는 와중에 내 아이들이 괴물처럼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웠다.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내 혈통이 남들보다 빠르게 번성한다는 의미였다. 나는 보건 교사에게 이 변이 기전을 철저히 파헤치라고 지시했다. 이질적인 생체 신호가 어디서 오는지, 태아의 뇌파가 왜 성인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지 심층 연구가 필요했다.

"선생님, 이건 단순한 성장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생체 신호가 외부의 괴생명체들과 비슷한 파장을 그리기도 합니다."

보건 교사가 모니터를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녀는 보건실에 구비된 모든 장비를 동원해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나는 침대에 누워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여성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들의 자궁 안에서 자라나는 존재들이 이 학교의, 아니 이 세상의 새로운 주인이 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나는 보건 교사에게 한순간도 눈을 떼지 말고 보고하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연구실의 기계음이 고요한 보건실을 채웠다.

보건 교사는 차트를 넘기며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태아들의 혈액 성분을 분석한 추가 데이터를 화면에 띄웠다. 그것은 일반적인 태아의 혈장이 아니라, 외부에서 날뛰는 괴생명체들에게나 볼 수 있는 특수한 단백질 구조를 포함하고 있었다. 보건 교사는 목소리를 낮추며 이 아이들이 외부의 바이러스나 괴생명체의 공격에 완화된 반응을 보이거나 아예 항체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선생님, 이건 기적입니다. 이 아이들은 오염된 세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형질을 타고났어요."

그녀는 나를 마치 신이라도 보듯 우러러보았다. 인류를 절멸시키고 있는 변종 바이러스가 남성들만 골라 죽이는 상황에서, 오직 나만이 이 재앙을 극복하고 새로운 종을 탄생시킬 유전자를 가졌다는 결론이었다. 보건 교사는 이 혈통이야말로 인류를 멸구할 유일한 열쇠라고 말하며 내 앞에 고개를 숙였다. 나의 몸 자체가 인류의 생존을 결정짓는 성배가 된 셈이었다. 나는 그녀의 칭송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창밖의 황무지를 바라보았다. 내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 이 낡은 학교는 진정한 제국의 성지가 될 것이었다.

출산 징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되었다. 보건실의 침대는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행정 직원들과 설비 담당자들을 본관 대강당으로 호출했다. 그곳의 낡은 의자들과 집기류를 모두 밖으로 치우라는 명령을 내렸다. 수십 명의 수태자가 동시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거대한 분만실이 필요했다. 직원들은 내 서슬 퍼런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무거운 피아노가 복도로 밀려 나갔고, 강당 바닥이 깨끗하게 닦였다.

텅 빈 강당 위로 기숙사에서 가져온 매트리스들이 줄을 맞춰 깔렸다. 보건 교사는 의료 카트와 소독된 기구들을 강당 중앙으로 옮기게 했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자 나는 즉각 새로운 동원령을 내렸다. 임신하지 못한 여학생들과 교사들을 전부 강당으로 불러모았다. 그녀들은 더 이상 공부를 하거나 가르칠 처지가 아니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수태자들의 출산을 돕는 간호 보조 인력으로 일하라고 명령했다.

"이제부터 너희의 가치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내 아이들의 탄생을 돕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강당 벽에 기대어 겁에 질린 눈으로 나를 보는 미임신 자들에게 선포했다. 그녀들은 강제로 소독된 가운을 입고 양동이에 물을 채우거나 수건을 날랐다. 노동을 거부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자에게는 그날 저녁 배급을 끊겠다고 덧붙였다. 공포는 효율적인 동력원이었다. 미임신 여성들은 질투와 피로가 뒤섞인 얼굴로 수태자들의 다리 사이를 닦고 수렴제를 준비했다. 학교의 대강당은 이제 비릿한 소음과 긴장감이 감도는 거대한 번식의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세팅이 끝나기 무섭게 첫 번째 진통이 터져 나왔다. 강당 한가운데 누워 있던 체육 특기생 여학생이 매트리스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배는 마치 살아있는 짐승이 꿈트대듯 요동쳤다. 보건 교사가 다급하게 그녀의 다리 사이로 달려가 자궁 경부를 확인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몇 시간, 길게는 며칠을 겪어야 할 진통 과정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있었다.

비명이 강당 천장을 때린 지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았다. 보건 교사의 손 위로 태아의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강당에 모인 수백 명의 여성이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어떤 이는 경외감에, 어떤 이는 혐오감에 눈을 떼지 못했다. 아이는 산모의 체력을 고려하지도 않는다는 듯 강렬하게 골반을 밀어내며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붉은 점액질과 함께 세상 밖으로 나온 존재는 갓 태어난 아기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골격이 컸다. 보건 교사는 떨리는 손으로 아이를 받아들었고, 강당에는 인간의 울음소리가 아닌, 포식자의 첫 포효 같은 괴성이 울려 퍼졌다.

아이를 받아 든 보건 교사가 뒤로 주춤거렸다. 갓 태어난 아기는 보통의 신생아처럼 눈을 감고 울음을 터뜨리는 대신, 세상으로 나오자마자 두 눈을 번쩍 떴다. 보건 교사의 손 위에서 꿈틀대던 아기는 탯줄도 채 떼기 전이었다. 그런데도 아기는 고개를 돌려 강당 단상 위에 서 있는 나를 정확히 응시했다. 그 눈동자에는 갓 태어난 생명의 막연함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을 만든 주인을 알아보는 듯한 명확한 인지력과 지성이 서려 있었다. 아기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작은 손을 뻗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나는 단상에서 내려와 아기에게 다가갔다. 보건 교사가 건네준 아기를 직접 안아 들었다. 품에 안긴 작은 몸뚱이는 인간의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근육은 이미 단단하게 뭉쳐 있었고, 나를 붙잡는 손가락의 압력은 성인 여성의 아귀력에 맞먹을 정도로 강력했다. 아기는 내 손가락을 꽉 쥔 채 기이한 소리를 냈다. 보건 교사가 옆에서 태아의 체중과 신장을 측정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불과 몇 분 만에 아기의 피부색이 건강한 구릿빛으로 변했고, 사지의 골격이 눈에 띄게 굵어졌다. 이것은 성장이 아니라 진화였다.

나는 아기를 다시 보건 교사에게 넘기며 강당 전체를 훑어보았다. 이곳저곳에서 연달아 진통 섞인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수십 명의 수태자가 동시에 아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태어나는 아이들마다 일반적인 발육 상태를 비웃듯 초월적인 신체 능력을 과시했다. 나는 이 아이들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계산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자라나는 생명체들은 그만큼 막대한 열량을 소모할 것이 뻔했다. 지금의 식량 생산 체계로는 조만간 한계가 올 터였다.

나는 곧장 스마트 팜 책임자와 영양사를 불러 세웠다. 기존의 식량 생산 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24시간 풀가동 체제로 전환하라고 명령했다. 텃밭의 모든 작물을 고열량 품종으로 교체하고, 화학 비료의 투입량을 늘려 수확 주기를 단축하라고 지시했다. 아이들의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과 지방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 내의 모든 보존 식품을 수거하게 했다. 내 명령이 떨어지자 식량 창고의 자물쇠가 하나둘씩 풀리고, 아껴두었던 비축분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식량 증산에는 노동력이 필요했다. 나는 강당 뒤편에서 공포에 질려 떨고 있는 미임신 여성들을 지목했다. 그녀들은 이제 단순한 간호 보조를 넘어, 식량 생산과 운반을 위한 고강도 노동에 투입되었다. 잠잘 시간조차 아까웠다. 나는 그녀들에게 하루 4시간 이상의 수면을 금지했다. 텃밭의 흙을 고르고 수백 킬로그램의 식재료 상자를 나르는 일은 온전히 그녀들의 몫이 되었다. 식사는 묽은 죽 한 그릇으로 제한했다. 가혹하다는 원망 섞인 눈초리가 느껴졌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나머지 여성들의 희생은 당연한 수탈의 대상일 뿐이었다.

"지금부터 이 학교의 모든 자원은 내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 거부하는 자는 먹을 권리도, 이곳에 머물 권리도 없다."

나는 노동에 지친 여성들 앞에서 채찍 같은 선언을 내뱉었다. 그녀들은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다시 밭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학교의 규율은 더욱 서슬 퍼렇게 변했다. 임신하지 못한 자들의 노동 효율이 떨어지면 즉각적으로 태형이나 배급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제 학교는 거대한 수용소이자 생산 기지였다. 상위 계급인 수태자들과 곧 태어날 신인류 아기들을 받들기 위한 노예 계급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강당은 갓 태어난 신인류들로 가득 찼다. 아이들은 걸음마를 배우는 대신 바로 걷기 시작했고, 짧은 단어들을 조합해 의사소통을 시도했다. 나는 강당 중앙에 서서 나를 숭배하듯 바라보는 수백 명의 여성을 내려다보았다. 내 품에는 이미 서너 살 어린아이만큼 자란 첫째 아기가 안겨 있었다. 나는 아이의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보아라. 이들은 단순한 아이들이 아니다. 외부의 괴물들을 몰살하고 이 땅을 다시 되찾을 나의 용사들이다."

나는 이 갓 태어난 아이들을 기반으로 한 '신인류 부대' 결성을 선포했다. 내 피를 이어받고 내 가르침을 받는 절대적인 충성 집단이 탄생한 것이다. 이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를 신으로 섬기며 자랐다. 여성들은 자신의 배에서 나온 존재들이 보여주는 초월적인 위력에 압도되어 나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제국의 질서를 머리 숙여 받아들였다.

강당 안에는 찬양과 복종의 함성이 가득 찼다. 나는 보좌에 깊숙이 몸을 맡긴 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내 혈통의 번영을 지켜보았다. 밖은 여전히 불지옥이었으나, 학교의 두꺼운 벽 안에서는 나만의 새로운 역사가 쓰이고 있었다. 하지만 승리감에 젖어 있던 그때, 강당 입구의 철문이 부서질 듯 요란하게 진동했다. 외부의 괴생명체들이 드디어 학교의 정문을 뚫고 본관 근처까지 들이닥쳤다는 전령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내 아이들이 실전에서 그 가치를 증명할 시간이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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