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새로운 인류의 탄생

아침 점호 시간이었다. 체육관 중앙 소파에 앉아 줄을 맞춰 선 학생들을 훑어보았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가 감돌았다. 대열 곳곳에서 학생들이 입을 가리고 헛구역질을 하거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비틀거렸다. 보건 교사가 허둥지둥 달려와 내 앞에 멈춰 섰다. 숨을 몰아쉬는 모습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이한 선생님, 큰일입니다. 지금 수십 명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어요."

보건 교사는 급히 내민 보고서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는 구토와 원인 모를 발열을 호소하는 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당황해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보건실로 향했다. 복도에는 이미 상태가 좋지 않은 여성들이 벽을 짚고 서 있었다. 보건실 앞은 진료를 기다리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보건실 안으로 들어가자 억눌린 신음 수치스러운 기침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침대마다 여학생들이 누워 있었고, 몇몇 교사들은 의자에 앉아 머리를 짚고 있었다. 나는 보건 교사에게 즉시 전수 검사를 실시하라고 명령했다. 그녀는 미리 준비해둔 진단 키트와 장비들을 챙겨 바쁘게 움직였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보건 교사가 서류 뭉치를 들고 내게 다가왔다.

"선택의 여지가 없네요. 검사 결과, 현재 체류 중인 인원의 절반 이상이 임신 상태입니다."

보건 교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임신 사실을 확인한 여성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침묵에 빠졌다. 어떤 이는 배에 손을 올렸고, 어떤 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 상황이 가져올 변화를 직감했다. 이것은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라 이 학교의 지배 구조를 뿌리째 뒤흔들 거대한 사건이었다.

나는 곧장 방송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이크를 잡고 전교에 울려 퍼질 스피커 스위치를 올렸다. 내 목소리가 학교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다. 나는 방금 확인된 집단 임신 사실을 가감 없이 공표했다. 방송을 듣는 여성들의 동요가 복도 너머까지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오늘부로 이 학교의 모든 규율과 질서를 완전히 재편한다. 이제까지의 방식은 잊어라."

선언을 마친 뒤 나는 새로운 정책을 구상했다. 인류가 멸망해가는 상황에서 내 아이를 가진 자들은 일반적인 생존자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나는 임신한 여성들을 학교 계급의 최정점에 두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수태자 우선주의였다. 생존 보존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학교는 이제 단순한 대피소가 아닌 거대한 출산 요람으로 탈바꿈해야 했다.

나는 행정 직원들과 설비 담당자들을 호출해 공간 개조 명령을 내렸다. 임신한 이들이 머물 특별 구역을 지정하고 그곳에 가장 쾌적한 시설을 몰아주기로 했다. 기숙사 건물 중 채광이 좋고 통풍이 잘되는 층을 비우게 했다. 수태자들은 더 이상 무질서한 생활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오직 내 아이를 안전하게 낳는 것에만 집중하면 되었다.

학교의 모든 시스템은 이제 임신한 여성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스마트 팜 관리실에 들러 생산 계획을 수정했다. 일반적인 급식 메뉴를 전면 폐지했다. 대신 수태자들을 위한 고단백 식단을 짜고, 창고에 보관된 영양제와 보충제들을 전부 꺼내 오라고 지시했다. 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마트 직원들은 분주하게 식료품 상자들을 분류했다. 최고급 육류와 신선한 채소, 그리고 아껴두었던 유제품들이 임신한 여성들의 식탁으로 향했다.

창고 깊숙한 곳에 쌓여 있던 비축분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장부를 검토하며 임신하지 않은 자들에게 돌아갈 몫을 과감하게 삭감했다. 귀한 자원은 오직 가치 있는 곳에만 쓰여야 했다. 내 아이를 품은 몸은 그 자체로 권력이었고, 그 권력은 먹는 것과 입는 것에서부터 차별화되었다. 배급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내 서늘한 지시에 눌려 묵묵히 명단을 수정했다. 학교의 법은 이제 내 입술 끝에서 새로 쓰이고 있었다.

식료품 창고의 무거운 철문이 열리자 신선한 채소와 육류가 담긴 상자들이 수레에 실려 나왔다. 나는 그 현장에 직접 나가서 물품의 행방을 감시했다. 스마트 팜에서 갓 수확한 파프리카와 청경채는 말할 것도 없고, 냉동고 구석에 아껴두었던 소고기와 닭가슴살 덩어리들이 수태자 전용 식단으로 분류되었다. 영양사에게는 특별한 지침을 내렸다. 임신한 여성들에게는 하루 세끼 외에도 고함량 비타민과 철분제를 포함한 간식을 반드시 제공하라고 명했다.

그녀들은 이제 학교의 귀빈이었다. 식당의 가장 안쪽, 햇살이 잘 드는 자리가 오직 수태자들만을 위해 비워졌다. 그곳에 앉은 여성들은 흰 쌀밥과 고기가 가득한 국을 대접받았다. 주변의 시샘 어린 시선을 느끼면서도 그녀들은 당당하게 숟가락을 놀렸다. 내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 하나로 그녀들은 더 이상 굶주림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반면 임신하지 못한 나머지 인원들에게는 가혹한 현실이 들이닥쳤다. 나는 배급 명부에서 그들의 이름을 아래로 밀어냈다. 그들에게 허락된 식사는 묽은 죽 한 그릇과 말린 채소 몇 조각이 전부였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열량만을 제공하며 나는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시작했다. 학생과 교사라는 신분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직 임신 여부가 모든 것을 결정했다.

임신하지 못한 여학생들과 교사들은 본관의 낡은 걸레를 들고 복도를 닦거나, 무거운 식재료 상자를 나르는 잡무에 투입되었다. 체육 특기생들은 학교 울타리 주변을 돌며 외부의 침입을 감시하는 경비 업무를 맡았다. 그녀들은 하루 종일 육체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배를 채우지 못해 얼굴이 수척해졌다.

수태자 구역의 고기 굽는 냄새가 복도로 번질 때마다 노동에 지친 여성들은 걸음을 멈추고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일부러 그들의 작업 현장을 지나가며 수태자들에게만 지급되는 고급 영양제 통을 흔들었다. 자원 배분의 차등화는 즉각적인 효과를 불러왔다.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지위가 낮아지자, 그녀들은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본질적으로 깨닫기 시작했다.

밤이 되자 학교의 공기가 평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는 체육관 한쪽에 마련된 나만의 침소로 향했다. 그곳은 이제 학교의 권력이 집중되는 심장부였다. 복도 모퉁이를 돌자마자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아직 임신하지 못한 수십 명의 여학생과 교사들이 내 방 문 앞에서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그녀들은 얇은 잠옷 차림이거나 아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벽에 기대어 있었다. 내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자 복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 교사가 대열에서 이탈해 내 발치에 덥석 엎드렸다. 그녀는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얼굴을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제발 저를 선택해 주세요. 저도 당신의 아이를 가질 수 있어요. 지금이 가장 확률이 높은 시기입니다."

그녀의 간절한 외침은 신호탄이 되었다. 줄을 서 있던 다른 여성들이 앞다투어 나를 향해 몸을 밀어붙였다. 그들은 서로를 어깨로 밀치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조금이라도 내게 가까이 다가오려 애썼다. 굶주림과 하위 계급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그녀들을 짐승처럼 만들었다.

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복도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생리 주기를 소리 높여 외쳤고, 누군가는 자신의 젊음과 건강함을 어필하며 내 손을 잡으려 했다. 한 여학생은 옆에 서 있던 친구를 거칠게 밀어내며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선생님, 저 애는 몸이 약해서 안 돼요. 제가 더 튼튼한 아이를 낳아드릴게요. 저를 들여보내 주세요."

그녀들은 더 이상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내 선택을 받는 것은 곧 고단백 식단과 안락한 침실, 그리고 이 지옥 같은 학교에서의 권력을 의미했다. 간택을 받지 못한 이들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고, 선택받은 이는 승리자처럼 고개를 치켜들고 내 방으로 발을 들였다.

나는 문 앞에 늘어선 그 비굴하고도 절박한 얼굴들을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권력은 이토록 잔인하고도 달콤했다. 내가 손가락 하나로 누군가를 지목할 때마다 복도에서는 질투 섞인 비명과 안도의 한숨이 교차했다. 나는 그 아우성을 뒤로한 채, 오늘 밤 나의 제국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줄 새로운 수태자 후보를 물색했다. 어떤 이의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고, 어떤 이의 눈에는 오직 복종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들의 욕망이 뒤엉킨 복도를 지나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여전히 밖에서 간청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문틈을 타고 스며들었다.

방 안으로 들어온 여성들의 면면을 살폈다. 세 명의 여학생과 두 명의 젊은 교사가 내 침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처분을 기다렸다. 그들은 조금 전 복도에서의 소란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정숙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나는 그중 가장 눈빛이 절박해 보이는 학생의 턱을 잡아 들어 올렸다. 그녀는 거부하기는커녕 내 손길에 얼굴을 기대며 아양을 떨었다.

나는 침대 머리맡에 놓인 차가운 물을 한 모금 마시며 그녀들을 차례로 침대 위로 불러들였다. 도덕적인 고뇌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여기서 일어나는 행위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계급을 결정하는 성스러운 의식에 가까웠다. 나는 그녀들의 몸을 탐닉하며 누가 가장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가늠했다. 관계가 이어지는 동안 밖에서 대기하던 다른 여성들의 흐느낌과 질투 섞인 웅성거림이 벽 너머로 계속 들려왔다.

내가 마음에 드는 이들을 골라 몸을 섞고 그들을 수태자 명단에 올릴 때마다 학교의 권력 구조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단단해졌다. 선택받은 이들은 다음 날 아침 보건실로 향해 임신 가능성을 확인받았고, 곧바로 고기 반찬이 나오는 특별 구역으로 옮겨졌다. 반면 선택받지 못한 이들은 다시 차가운 바닥을 닦는 잡부로 돌아갔다. 임신 여부에 따른 이 극명한 차별은 학교 안의 모든 여성을 내 침소 앞으로 끌어당기는 가장 강력한 채찍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임신한 여성들의 배가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을 때, 나는 본관 대강당에서 대규모 연회를 열었다. 학교에 남아 있는 모든 인원이 강당을 가득 메웠다. 화려한 조명 아래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진동했지만, 그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자들은 단상 아래 앞줄에 앉은 수태자들뿐이었다. 뒤쪽에 선 미임신 여성들은 침을 삼키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나는 단상 중앙의 높은 의자에 앉아 군중을 내려다보았다. 옆에는 만삭에 가까워진 여교사 네 명이 나란히 서 있었다. 그녀들은 임신 전보다 훨씬 윤기 있는 안색으로 부풀어 오른 배를 소중히 감싸 쥐었다. 나는 한 명씩 그녀들을 불러 내 앞으로 세웠다. 수백 명의 부하와 노예들이 숨을 죽인 채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여교사의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배 위에 천천히 손을 얹었다. 손바닥 아래에서 작지만 강렬한 태동이 느껴졌다. 내 유전자를 이어받은 새로운 생명이 그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 움직임을 한참 동안 음미했다. 이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 학교의 주인으로 군림할 것이었다. 나를 올려다보는 여교사의 눈에는 나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과 복종이 서려 있었다.

나는 손을 떼고 강당의 군중을 향해 팔을 넓게 벌렸다.

"보아라. 이들은 나의 아이를 품은 고귀한 자들이다. 이제 이 학교에서 태어날 모든 아이는 새로운 인류의 지배 계급이 될 것이다."

내 목소리가 강당 천장을 때리고 긴 울림을 남겼다. 나는 이곳을 단순한 학교가 아닌 '이한 제국'으로 명명하고 그 확장을 선포했다. 밖은 여전히 괴생명체가 날뛰는 멸망의 땅이었으나, 이 안에서만큼은 내가 곧 법이자 신이었다. 나는 모든 여성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했다. 지시에 따르지 않는 자는 굶주림과 추방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주지시켰다.

수백 명의 여성이 일제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들이 바닥을 머리로 치며 보내는 찬미와 복종의 맹세가 거대한 파도처럼 내 발밑으로 밀려왔다. 나는 그 광기 어린 숭배를 즐기며 보좌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내 제국은 이제 막 기초를 완성했을 뿐이었다.

연회가 끝나갈 무렵, 저 멀리 복도 끝에서 보건 교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뛰어들어왔다. 그녀는 내 귀에 대고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태어날 아이들에게서 일반적인 인간에게서는 볼 수 없는 기이한 반응이 감지되었다는 보고였다. 나는 보건 교사를 따라 급히 강당을 빠져나갔다. 이 지옥 같은 낙원에 또 다른 변화의 폭풍이 휘몰아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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