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지배의 질서
연구실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와 뒤섞인 여인들 사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방금까지 벌어진 소동은 단순한 욕망의 분출 그 이상이었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나를 차지하기 위해 벌인 육탄전은 이 학교의 권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었다. 그들은 나를 원했고, 나는 그 갈망을 이용해 이 무질서한 지옥도에 새로운 선을 긋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더 이상 등 떠밀려 다니는 교사로 남을 생각은 없었다.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챙겨 입자 떠들썩하던 방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바닥에 엎드려 숨을 고르던 교장과 학부모 대표들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들은 나를 올려다보며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나는 그들에게 지금 당장 모든 자원 관리권을 나에게 넘기라고 명령했다. 교장은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지만, 내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 이내 고개를 숙였다. 학부모 대표들도 다른 선택지가 없음을 깨닫고 순순히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학교의 생존을 책임지는 핵심 시설부터 손을 대기로 했다. 먼저 교사들이 관리하던 스마트 팜 제어실로 향했다. 그곳은 식량 자급자족의 심장부였다. 제어용 컴퓨터 앞에 앉아 기존 교사들의 접근 권한을 전부 삭제했다. 대신 오직 나만이 승인해야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보안 등급을 수정했다. 시스템이 재부팅되며 화면에 내 이름이 단독 관리자로 뜨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내가 허가하지 않으면 누구도 채소 한 포기 마음대로 수확할 수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설비 담당자들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으나, 내 단호한 태도에 눌려 묵묵히 기기들을 정비했다.
다음 목표는 학부모들이 장악하고 있던 마트 창고였다. 마트 여직원 다섯 명을 복도로 불러 모았다. 그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학부모 운영위원회가 보관하고 있던 창고 열쇠 뭉치와 재고 명부를 가지고 오라고 지시했다. 한 학부모가 명부를 건네며 주춤거렸지만 나는 그것을 낚아채듯 빼앗았다.
명부에는 식료품과 생필품의 수량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마트 여직원들에게 새로운 지침을 내렸다. 앞으로 모든 물건의 반출은 내 직속 허가를 받아야 하며, 창고 관리는 오직 나에게만 보고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그들은 이제 학부모들의 수하가 아닌 내 직속 부하가 되었다. 그들의 눈빛에 서려 있던 불안함이 점차 복종의 기운으로 바뀌는 것을 보며 나는 마트 열쇠를 주머니에 깊숙이 집어넣었다.
학교의 물리적 공간도 재편해야 했다. 가장 먼저 넓은 체육관을 주목했다. 그곳은 텅 비어 있어 활용도가 낮았다. 나는 관리인들을 시켜 체육관 중앙에 있던 운동 기구들을 치우게 했다. 대신 기숙사에 있던 호화로운 침구류와 푹신한 소파들을 가져와 넓게 배치했다. 학교 전체가 보이는 개방적인 장소에 나만의 유희 공간을 만든 셈이었다.
정돈된 체육관으로 체육 특기생 여학생들을 불러들였다.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대열을 맞춰 섰다. 나는 그들에게 이곳에 상주하며 내 시중을 들고 공간을 관리하라고 명령했다. 학생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거부하지 못했다. 학교의 식량과 전력을 쥔 내가 내리는 명령은 곧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그들도 이미 체감하고 있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그들이 내 주변을 에워싸자 체육관은 거대한 요새처럼 변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든 것이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교장은 내 지시를 받아 인원들의 구역을 나누고 있었고, 학부모들은 더 이상 창고 앞에서 큰소리를 치지 못했다. 학교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자원은 한정되어 있었고, 그 자원을 쥔 나는 이제 단순한 생존자가 아닌 통치자였다. 나는 체육관 중앙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내 발치에서 대기하는 학생들의 시선을 느끼며, 이 학교에 세워질 새로운 제국의 기초가 견고해졌음을 확신했다.
체육관의 넓은 공간을 장악한 나는 곧바로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본관 뒤편에 자리한 음악실은 내가 구상한 또 다른 목적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그곳은 건축 당시부터 소리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두꺼운 방음재로 벽을 채웠고, 이중으로 된 무거운 철문이 달려 있었다. 한번 문을 닫으면 안에서 어떤 비명이 터져 나와도 밖에서는 정적만이 흐르는 완벽한 밀실이었다.
나는 음악실 안에 있던 그랜드 피아노와 보면대들을 구석으로 밀어버렸다. 대신 창고에서 가져온 가죽 끈과 금속 고리들을 벽 곳곳에 단단히 고정하라고 지시했다. 학생들의 악기를 보관하던 선반에는 이제 내가 준비한 기이한 도구들이 자리를 잡았다. 음악을 전공한 여교사들은 갑작스러운 공간의 변화에 당황하며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나는 그들을 한 줄로 세운 뒤, 앞으로 이곳에서 상시 대기하며 내 가학적인 요구를 충족시킬 준비를 하라고 명확히 일러두었다. 고상한 예술을 논하던 그들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내 발치에 무릎을 꿇은 채 복종의 맹세를 하는 것 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음악실의 정비를 마친 뒤에는 지하 마트 창고로 향했다. 그곳은 식료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생존의 보고였다. 나는 창고 안쪽의 넓은 구역을 비우게 한 뒤, 그곳을 오직 나만을 위한 유희 공간으로 꾸몄다. 선반 사이사이에 카펫을 깔고 식료품 상자들을 쌓아 올려 기괴한 침상을 만들었다. 먹을 것이 넘쳐나고 사방이 통제된 그곳에 마트 여직원 다섯 명을 전담 배치했다. 그녀들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관리하는 직원이 아니라, 식료품 더미 사이에서 내 손길을 기다리는 소유물이 되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창고 안에서의 규칙을 주지시키며, 언제든 내가 들어왔을 때 즉각적인 복종을 보일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학교의 주요 거점들이 내 입맛대로 개조되자 나는 본격적으로 순회를 시작했다. 복도와 계단, 각 교실에는 이미 서열이 정해진 여성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나는 구석구석을 돌며 그녀들에게 기상천외한 체위를 요구했다. 복도 한복판에서 바닥을 기게 하거나, 계단 난간을 붙잡고 몸을 굽히게 하는 등 굴욕적인 자세를 강요했다. 그녀들은 지나가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내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고 몸을 떨며 순응했다. 나는 그것을 지켜보며 권력의 맛을 음미했다. 도덕과 윤리가 사라진 이 건물 안에서 내가 정하는 모든 자세는 하나의 의례가 되었고, 그녀들의 신음은 내 통치를 찬양하는 노래처럼 들렸다.
순회 중 마주치는 여성들에게 나는 단순한 성적 유희 이상의 것을 요구했다. 그녀들이 나를 대할 때 취해야 할 복종 의례를 직접 고안하여 주입했다. 나를 보면 즉시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은 채 바닥을 보게 했으며, 내가 허락하기 전까지는 감히 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게 했다. 어떤 이들은 처음에는 주춤거렸으나, 내가 싸늘한 눈길을 보내면 이내 겁에 질려 바닥에 이마를 댔다. 나는 그녀들의 등을 짓밟고 지나가며 내 존재가 이 학교의 유일한 태양임을 각인시켰다.
매일 특정 시간이 되면 나는 학교의 중앙 광장이나 체육관으로 모든 여성을 집결시켰다. 수백 명의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내 앞에 늘어선 모습은 장관이었다. 나는 단상 위에 올라가 군림하는 지배자의 자세로 그들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줄지어 서 있는 그녀들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정적이 흐를 때, 나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누군가를 지목했다.
지목당한 여성은 수백 개의 눈동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앞으로 기어 나와야 했다. 나는 대중 앞에서 그녀들에게 노골적이고 강압적인 성적 행위를 강요했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는 학생도 있었고, 제자들 앞에서 무너지는 자존감에 눈물을 훔치는 교사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고수하며 그녀들의 복종을 즐겼다. 내 손짓 하나에 수백 명의 여성이 일제히 일렁이는 모습은 나를 전율하게 했다.
군중 속에서 공포와 욕망이 뒤섞인 기류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어떤 이들은 내가 자신을 지목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지배적인 손길 아래 놓이고 싶다는 뒤틀린 갈망을 눈동자에 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 보며 더욱 가혹하게 굴었다. 나를 향해 뻗어오는 그 수많은 시선이야말로 내가 구축한 이 왕국의 단단한 벽이었다. 광장에 모인 여성들이 내 발치에 머리를 조아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학교라는 폐쇄된 공간은 오직 나의 쾌락만을 위해 돌아가는 정교한 기계처럼 변모해 갔다.
광장에 모인 수백 명의 여성 중 내 명령에 즉각 반응하지 않는 이들은 반드시 존재했다. 나는 그들을 놓치지 않았다. 눈동자에 희미한 반항심을 담고 있거나, 자세를 취할 때 주춤거리는 이들이 생기면 나는 즉시 그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들 앞에서 나는 주머니에 든 배급 명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의 이름 위에 굵은 줄을 그어버렸다. 오늘 당신의 식량 배급은 없다는 내 선언이 떨어지면, 광장에는 차가운 정적이 감돌았다.
처벌은 즉각적이고 확실했다. 식당으로 향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배급에서 제외된 이들은 텅 빈 교실이나 복도에 남겨졌다. 하루, 이틀 식사를 거른 그녀들의 안색은 빠르게 창백해졌다. 밖은 괴생물체가 득실거리는 지옥이었고 학교 안의 모든 음식은 내 손아귀에 있었다. 굶주림은 인간이 가진 마지막 자존심을 갉아먹는 가장 날카로운 도구였다.
사흘째 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변화가 나타났다. 배급이 끊겼던 교사 한 명이 늦은 밤 음악실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며칠 전만 해도 내 지시를 모독이라며 비난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무릎을 꿇은 그녀의 눈에는 오직 허기를 채우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구만이 가득했다. 나는 그녀에게 먹을 것을 던져주는 대신, 음악실 구석에 마련된 가학적인 장치들로 몸을 이끌었다. 그녀는 내 잔인한 요구를 거절하기는커녕 스스로 옷을 벗고 기이한 자세를 취하며 내 손길을 갈구했다. 굶주림에 길들여진 그녀들에게 가해지는 가학적인 행위는 이제 고통이 아닌, 생존을 위한 대가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런 본보기 처벌이 반복되자 학교의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제 더 이상 내 지시에 소극적인 이들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내 변태적인 취향을 파악하고 먼저 몸을 던지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복도는 매일 아침 나를 영접하기 위해 늘어선 여성들로 가득 찼다.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의 구분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들은 내가 요구하는 그 어떤 괴상한 행위도 서슴지 않았으며, 오히려 경쟁적으로 더 깊은 굴욕을 자처하며 내 눈에 들기 위해 애썼다. 완전한 복종의 질서가 학교 전체를 지배하게 된 것이다.
어느덧 해가 지고 붉은 노을이 학교를 덮을 즈음, 나는 나신이 된 여성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관 옥상으로 향했다. 내 곁을 지키는 여학생들과 교사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당당하게 내 뒤를 따랐다. 옥상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아래쪽 운동장에는 수백 명의 여성이 이미 집결해 있었다. 그들은 내가 난간에 모습을 드러내자 일제히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압도적이었다. 멸망해가는 세상의 끝에서 이곳은 나만의 거대한 하렘이자 제국이었다. 내 발치에 엎드린 여성들의 하얀 살결이 노을빛을 받아 기묘하게 빛났다. 나는 난간을 짚고 아래를 굽어보며 절대적인 왕으로서의 권위를 만끽했다. 아래에서 들려오는 그녀들의 숭배 섞인 신음과 환호가 옥상의 찬 바람을 타고 내 귀를 간지럽혔다.
전력을 공급하는 수력 발전소의 웅웅거리는 소리와 스마트 팜의 조명이 이 기괴한 낙원을 밝히고 있었다. 나는 이 모든 시스템과 인간들을 완벽하게 소유했다는 사실에 깊은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이 완벽한 지배 아래에서도 나는 알고 있었다. 생존을 향한 그녀들의 집착이 강해질수록, 이 학교의 벽 너머에서 웅크리고 있는 어둠 역시 더 짙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옥상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수많은 눈동자 속에는 이제 복종을 넘어선 다른 무언가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 유전자를 받아 실질적인 권력을 쥐려는 뒤틀린 모성애와 생존에 대한 광기였다. 나는 나신들의 호위를 받으며 옥상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제 학교 안에서는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었고, 그것은 내가 세운 이 지옥의 낙원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갈 전조였다. 다음 날 아침, 학교 안에서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기이한 징후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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