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질서의 재편
이한은 학부모들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학교 내부의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인지했다.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마주치는 여교사들의 눈빛이 이전과 달랐다. 예전에는 동료로서 가벼운 목례를 나누던 그들이 이제는 멀리서 멈춰 서서 이한을 쏘아보거나, 자기들끼리 모여 은밀하게 수군거렸다. 학부모 운영위원회 엄마들이 이한의 연구실을 수시로 드나들며 특별한 대우를 받는 모습이 교사들의 반감을 산 모양이었다. 학교를 실제로 운영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신들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소외감이 교무실 전체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결국 서른 명 남짓한 여교사들이 늦은 밤 음악실에 모여 비상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그들은 외부 세계가 멸망한 지금 학교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학부모들이 이한을 독점하며 학교 운영에 간섭하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교사들은 집단행동을 결의하며 각자의 역할을 분담했다. 학교의 실질적인 자원과 설비를 통제하는 자신들의 강점을 이용해 주도권을 되찾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부터 교사들의 조직적인 압박이 시작되었다. 설비 담당과 긴밀하게 소통하던 교사들이 수력 발전 시스템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학교 전체에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지자 연구실의 에어컨과 조명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급식을 담당하는 영양사와 조리사들도 교사들의 편에 섰다. 학부모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전달되던 풍족한 식사는 반토막이 났고, 메뉴의 질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생활의 불편함에 엄마들이 당황하며 항의했지만 교사들은 시스템 오류라는 핑계를 대며 그들을 냉대했다.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틈을 타 교사 몇 명이 이한의 연구실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이한에게 현재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여 임시 처소로 이동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거부할 틈도 없이 이한은 그들에게 둘러싸여 복도를 지나갔다. 그들이 안내한 곳은 체육관 옆에 위치한 부속 연구실이었다. 본관과 떨어져 있어 인적이 드물고 방음이 철저한 공간이었다. 이한이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교사들은 뒤에서 문을 잠갔다. 창문은 이미 불투명한 시트지로 가려져 있었고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었다. 사실상의 강제 압송이자 감금이었다.
잠시 후 교사 집단의 대표 격인 중견 교사가 연구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책상 위에 서류 한 뭉치를 내려놓으며 이한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학교 밖은 여전히 바이러스와 괴생명체로 가득한 지옥이며, 이 학교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력 발전과 스마트 팜을 관리하는 교직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는 이한을 차지하려는 엄마들의 욕심이 학교의 결속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제부터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교사들이 이한의 신변을 보호하고 모든 생활을 관리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녀가 내민 서류에는 ‘인류 보존 및 학내 질서 유지를 위한 특별 일정표’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교사들을 우선순위에 둔 성관계 순번제 명부였다. 명단에는 서른 명의 교사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고, 시간대별로 담당자가 지정되어 있었다. 대표는 무너진 인류를 다시 세우기 위해 가장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교사 집단이 먼저 이한의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한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외부와의 연결이 차단된 이 좁은 방에서 그는 교사들이 정한 규칙에 따라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일정표에 적힌 첫 번째 순번의 교사가 연구실 안으로 들어왔다. 문 밖에서는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다른 교사들이 서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들어온 교사는 이한에게 다가와 겉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두르지 않았지만 단호한 태도로 이한을 침대로 이끌었다. 이한은 자신을 도구가 아닌 구원자로 보는 그녀의 강렬한 눈빛을 마주했다.
관계가 시작되자 얇은 문 너머로 기다리던 교사들의 반응이 전달되었다. 문에 귀를 바짝 대고 내부의 소리에 집중하는 이들의 거친 호흡 소리가 들렸다. 어떤 교사는 문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초조함을 드러냈고, 어떤 이는 벽에 기대어 안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에 반응하며 자신들의 욕망을 거침없이 표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밖에서 대기하는 이들의 소란이 커졌지만, 안에서의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매시간 정확하게 교대하며 들어오는 교사들은 이한을 쉼 없이 몰아붙였고, 이한은 폐쇄된 공간 속에서 오직 자신만을 갈구하는 여성들의 집착에 잠식되어 갔다.
부속 연구실의 무거운 문 너머에서 불길한 소동이 일기 시작했다. 첫 번째 순번이었던 교사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일어날 때쯤, 복도 끝에서부터 수십 명의 구두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한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학부모 운영 위원회 엄마들이었다. 그들은 교사들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밀치며 연구실 앞으로 몰려들었다. 문 앞을 지키고 서 있던 교사들과 엄마들 사이에서 거친 고함이 오갔다.
엄마들은 연구실 문고리를 잡고 거칠게 흔들었다. 한 엄마는 근처에 있던 청소용구함에서 대걸레 자루를 가져와 문틈에 끼워 넣으려 시도했다. 교사들은 서로의 팔을 붙잡고 스크럼을 짜며 문 앞을 가로막았다. 교육자로서의 품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엄마들은 교사들의 머리채를 휘어잡거나 어깨를 강하게 밀쳐내며 길을 내려 했다. 복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서로를 향해 쏟아내는 욕설과 비명 소리가 굳게 잠긴 연구실 안까지 선명하게 파고들었다.
상황이 격렬해지자 일부 영특한 엄마 대표들이 뒷걸음질을 치며 복도 끝으로 물러났다. 그들은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만으로는 주도권을 되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교사들이 내세운 '우수한 유전자 보존'이라는 명분에 대항할 더 강력한 패가 필요했다. 엄마들은 각자 휴대폰을 꺼내 기숙사에 머물고 있던 친딸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잠시 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여학생들이 하나둘 복도로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들은 딸들의 손목을 낚아채 연구실 앞 복도로 집결시켰다.
교복을 입은 딸들은 살벌한 어른들의 싸움에 겁에 질린 채 서 있었다. 엄마들은 딸들을 앞세워 교사들의 저지선을 압박했다. "우리 애들을 봐요. 이 파릇파릇한 아이들이 인류의 진짜 미래 아니에요?" 한 엄마가 딸의 등을 떠밀며 소리쳤다. 교사들은 예상치 못한 학생들의 등장에 잠시 주춤거렸다. 제자들을 앞에 두고 대놓고 몸싸움을 벌이기는 심리적인 부담이 컸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교사 대표는 물러서지 않고 학생들에게 당장 기숙사로 돌아가라고 고함쳤다.
딸들은 상황이 돌아가는 꼴을 보고 뒷걸음질을 쳤다. 몇몇 학생은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엄마들의 손길은 그 어느 때보다 완강했다. 엄마들은 딸들의 어깨를 붙잡고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금 남자는 이 학교에 이 선생님 한 명뿐이며, 그분의 아이를 갖지 못하면 우리 가족은 이 요새에서 쫓겨나 괴물들에게 잡아먹힐 것이라고 가스라이팅을 시작했다. 그것은 인류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포장된 잔인한 협박이었다. 억울하면 이 선생님을 유혹해서라도 살아남으라는 엄마들의 말에 딸들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엄마들의 광기에 눌린 교사들이 뒤로 밀려났다. 문을 가로막고 있던 빗장이 풀리자 엄마들은 거부감을 표하는 딸들을 연구실 안으로 강제로 밀어 넣었다. "선생님 도와주세요!" 한 학생이 비명을 지르며 들어왔지만, 뒤이어 들어온 엄마는 딸의 등을 떠밀어 이한이 앉아 있는 침대로 보냈다. 연구실 안은 순식간에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거렸다. 교사들은 자신들의 순번을 침범한 엄마들에게 달려들어 다시 멱살을 잡았다.
이한은 침대 머리맡에 앉아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자신을 사이에 두고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는 여성들을 보며 묘한 고립감을 느꼈다. 한참을 싸우던 양측은 결국 이한의 중재 아래 기괴한 타협점에 도달했다. 교사 대표와 학부모 대표는 서로 노려보며 숨을 몰아쉬다가, 결국 이 좁은 방 안에서 모두가 동시에 욕망을 해소하기로 합의했다. 누구 하나가 독점할 수 없다면, 차라리 난장판을 벌여서라도 지분을 챙기겠다는 계산이었다.
닫혀 있던 연구실 조명이 다시 밝아지자 기이한 형태의 대규모 성행위가 시작되었다. 이한을 중심으로 교복을 입은 딸들과 정장을 입은 교사들, 그리고 화려한 옷차림의 엄마들이 한데 뒤섞였다. 체면이나 질서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딸들은 울먹이면서도 엄마의 강요에 못 이겨 이한의 몸을 더듬었다. 교사들은 순번을 무시하고 달려들어 이한의 팔과 다리를 하나씩 차지했다. 엄마들은 딸들의 행위를 지켜보며 직접 훈수를 두거나 본인들이 직접 육체적인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연구실 바닥에는 벗어던진 옷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졌다. 침대는 이미 비좁아져 바닥과 책상 위까지 여인들의 살결로 가득 찼다. 이한은 수십 개의 손길이 자신의 몸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방치했다. 그는 더 이상 한 명의 인간이 아니었다. 이 기괴한 공동체에서 그는 모두가 공유해야 하는 공공재이자, 생존을 담보하는 신성한 제물과도 같았다. 밖에서 대기하던 나머지 교사들까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연구실 내부의 온도는 급격히 상승했다. 비명과 신음 소리가 뒤섞여 방 안을 가득 메웠고, 그 뒤틀린 열기 속에서 이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갈구하는 여성들의 바다에 몸을 맡겼다.
연구실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광경은 금세 벽을 넘어 학교 전체로 퍼져 나갔다. 복도에 서 있던 학생들과 교직원들 사이에서 은밀한 대화가 오갔다. 이제 이한의 아이를 임신하는 것은 단순한 종족 번식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멸망한 세계에서 발급받는 유일한 생존 보증수표이자, 새로운 신분 사회의 정점에 올라설 수 있는 입장권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한의 아이를 가진 여성은 학교 내의 모든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분받고, 미래의 권력을 쥐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학생들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소문을 들은 여학생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엄마들에게 떠밀려 마지못해 온 아이들은 극히 일부였다. 이제는 인문, 자연, 예술, 체육 등 각 계열을 대표하는 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연구실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들은 각자의 장기를 이용해 이한의 눈에 들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체육 특기생들은 훈련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을 과시하며 복도를 장악했고, 예술 계열 학생들은 기이할 정도로 매혹적인 옷차림과 화장으로 시선을 끌었다.
연구실 문 앞은 이제 거대한 시장이나 면접장처럼 변했다. 학생들은 서로를 밀쳐내며 이한이 있는 방 안으로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까이 가려 애썼다. 내부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며 신음과 함성이 뒤섞이는 와중에도, 밖에서 대기하던 소녀들은 창문을 두드리거나 문틈으로 자신의 이름을 소리 높여 불렀다.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그들의 간절한 외침은 생존을 향한 공포와 뒤틀린 욕망이 빚어낸 광기였다.
연구실 내부의 광란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이한은 문득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수십 명의 여성이 자신을 뜯어먹을 듯이 달려드는 이 아수라장의 중심에서, 그는 자신이 쥐고 있는 권력의 실체를 깨달았다. 그는 더 이상 이들에게 휘둘리는 수동적인 교사가 아니었다. 이한은 거칠게 자신을 붙들고 있던 교사 대표의 손을 뿌리치고 침대 위로 올라섰다.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주변을 내려다보자 소란스러웠던 방 안이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이한은 명령을 내리는 지배자의 태도로 돌변했다. 그는 가장 먼저 교사들에게 바닥으로 내려가라고 지시했다. 어른이라는 무게를 내려놓고 발치에 엎드리게 했다. 이어 학부모들에게는 딸들을 직접 순서대로 세우라고 명령했다. 이한은 자신을 갈구하는 여성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그들의 태도와 가치에 따라 서열을 매기기 시작했다.
순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에게는 자비로운 손길을 내밀었고, 여전히 기싸움을 벌이는 이들에게는 단호한 질타를 퍼부었다. 여성들은 이한의 손가락 하나, 고개짓 한 번에 일희일비하며 바닥을 기어 다녔다. 지위와 나이 따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이 방 안에서 오직 유일한 남성인 이한의 기준만이 법이자 질서였다.
광란의 정점에서 수십 명의 전라의 여성들이 이한의 발치에 엎드렸다. 교사도, 학부모도, 학생도 구분 없이 모두가 머리를 조아리며 이한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자비를 구했다. 이한은 그들의 등을 짓밟거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이 이 학교의 주인임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창밖은 여전히 멸망한 세계의 어둠이 가득했지만, 땀과 체취가 뒤섞인 이 밀폐된 연구실 안에서만큼은 이한이 신이었다.
그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교장과 학부모 대표를 번갈아 내려다보았다. 그들의 굴복 섞인 신음 소리가 이한의 발끝에서 울려 퍼졌다. 이한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연구실 한복판에 우뚝 섰다. 이제 학교의 모든 시스템과 인원은 오직 그의 생존과 쾌락을 위해 존재하게 될 터였다. 이한은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수많은 손길을 내려다보며, 붕괴된 문명의 잔해 위에서 시작될 자신만의 제국을 선포했다. 이 요새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모든 여성의 몸에 새겨 넣는 긴 밤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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