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 추격자들의 사냥
서쪽 지평선 너머에서 들려오는 포효는 단순한 짐승의 소리가 아니었다. 대기를 찢고 들어오는 그 진동은 학교 건물을 감싼 생체 방벽을 거칠게 흔들었다. 옥상에서 그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이 요새가 시험대에 올랐음을 직감했다. 아들들이 내뿜는 파동이 벽면의 가죽 조직을 타고 흐르며 경계 태세를 갖췄다. 나는 곧장 발걸음을 옮겨 지하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머릿속에는 오염된 여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하 사육실 앞은 고요했다. 하지만 이중으로 차단된 강철문 너머에서는 쇠사슬을 긁는 소리와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나는 통제실의 모니터를 켰다. 격리된 학생들은 어둠 속에서 네 발로 엎드린 채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피부 위로 돋아난 비늘이 조명을 받아 번들거렸다. 나는 문 옆에 설치된 파동 증폭 장치를 조작했다. 아들들이 옥상과 성벽에서 내뿜는 생체 신호를 이곳 지하까지 강제로 끌어와 집중시킬 계획이었다.
장치에 전원이 들어오자 파란색 광원이 점멸했다. 나는 아들들에게 더 강력한 고주파를 방출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증폭기가 작동하면서 사육실 내부로 보이지 않는 진동이 몰아쳤다. 모니터 속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자극에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고통이 아닌 진화의 전조였다. 아들들의 에너지가 그녀들의 변이된 세포를 촉진하며 체형을 재구축했다. 등 근육이 팽창하며 척추가 활처럼 굽었고, 손가락 마디는 갈퀴처럼 길어졌다.
변이는 순식간에 끝났다. 이제 그녀들은 더 이상 여학생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나는 그녀들을 '추적자'라고 부르기로 했다. 검은 안구는 열화상 카메라처럼 어둠 속에서도 적을 정확히 포착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나는 설비팀이 사육실 천장에 미리 매달아 둔 신경 연결 장치를 가동했다. 추적자들의 뇌에 직접 명령을 주입하고, 동시에 그녀들이 보는 시각 정보를 내가 공유받기 위함이었다.
"문을 열어라."
통제실 마이크에 대고 지시했다. 거대한 잠금장치가 풀리며 지하 사육실의 문이 양옆으로 갈라졌다. 추적자들은 문이 열리자마자 튀어 나가지 않았다. 내가 머릿속으로 보낸 정지 명령이 그녀들의 본능을 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중앙 통제실의 메인 스크린 앞에 앉았다. 화면에는 추적자들의 시야가 가로로 길게 분할되어 나타났다. 그녀들의 망막을 통해 전달되는 화면은 흑백이었지만 모든 움직임을 수 배는 빠르게 포착했다.
추적자들은 어두운 지하 복도를 소리 없이 빠져나갔다. 복도 모퉁이를 돌 때마다 그녀들은 공기의 흐름을 읽듯 코를 킁킁거렸다. 지상으로 연결된 전용 비상구를 통해 그녀들이 학교 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나는 모니터를 통해 그 광경을 지켜봤다. 열 마리가 넘는 추적자들이 학교 외곽의 숲으로 스며들었다. 그녀들은 나무 위를 타거나 덤불 속을 기어 다니며 서쪽에서 접근하는 무리를 향해 이동했다.
학교 정문에서 500미터 떨어진 숲 초입에서 첫 번째 접촉이 발생했다. 서쪽 도시에서 밀려온 소형 괴수 무리였다. 그것들은 굶주린 상태로 학교의 생체 향기를 맡고 몰려온 모양이었다. 나는 추적자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내 의지가 전달되자마자 나무 위에 매달려 있던 추적자가 허공을 갈랐다.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추적자들은 괴수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목덜미를 물어뜯거나 날카로운 손톱으로 복부를 갈랐다. 모니터 속 흑백 화면은 사방으로 튀는 체액과 파편들로 어지러웠다. 추적자 한 명은 뒤에서 덮쳐오는 괴수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아 그대로 바닥에 메쳤다. 콘크리트보다 단단해진 그녀들의 근육은 소형 괴수들의 뼈를 손쉽게 으스러뜨렸다.
나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이 학살극을 감상했다. 추적자들은 서로 단 한 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지만 완벽한 협동을 보여주었다. 내 아들들의 파동이 그녀들을 하나의 신경망으로 묶어준 덕분이었다. 숲을 가득 채웠던 소형 괴수들은 채 십 분이 지나지 않아 시체 더미가 되었다. 추적자들은 피칠갑이 된 채로 제자리에 멈춰 서서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그때 화면 하나가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 다른 추적자들이 남은 잔해를 뜯어먹거나 경계하는 동안, 몸집이 가장 작은 추적자 한 명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녀는 쓰러진 괴수들 사이를 뒤적거리더니 다리가 잘려 도망치려던 놈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즉시 숨통을 끊었겠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떨고 있는 소형 괴수를 산 채로 끌고 학교 정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흥미로운 눈으로 그 화면을 주시했다. 내가 내린 명령은 섬멸이었지 포획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추적자는 지능적으로 상황을 판단한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정문 앞 공터에 도착하자 생포한 괴수를 바닥에 내던졌다. 괴수가 도망치려 하자 그녀는 가볍게 발로 눌러 놈의 어깨뼈를 아예 탈구시켜 버렸다. 그러고는 옥상 위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것은 나에게 바치는 전리품이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행동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옥상으로 향했다. 아들들이 여전히 강력한 파동을 내뿜으며 요새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문 근처로 내려가니 피 냄새와 함께 추적자가 제압한 괴수의 헐떡임이 들렸다. 철제 문을 대신한 생체 게이터가 내 앞길을 비키며 좌우로 벌어졌다. 밖으로 나가자 몸을 잔뜩 웅크린 추적자가 나를 보고는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녀는 짐승의 상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 대한 본능적인 복종심을 잃지 않았다.
바닥에서 버둥거리는 괴수는 도심에서 보았던 것들보다 작았지만 형태는 훨씬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놈의 상태를 살폈다. 이놈들은 단순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몰려온 느낌이 강했다. 서쪽 지평선에서 들려오던 그 거대한 울음소리가 이들을 부린 것이 분명했다. 나는 부러진 뼈를 맞추려 애쓰는 괴수의 목을 구두 발로 세게 짓눌렀다.
괴수가 꺽꺽거리는 소리를 내며 저항했지만 내 체중을 이겨내지 못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멀리 어둠이 내려앉은 서쪽을 바라보았다. 요새의 외벽이 다시 한번 크게 맥동했다. 지평선 너머에서 느껴지는 그 거대한 생명체는 아까보다 더 가까워져 있었다. 나는 발밑의 괴수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생체 요새의 입구를 열어둔 채 더 거대한 사냥감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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