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6: 강철의 심장과 생체 금속
나는 거대한 강철 문 옆에 달린 제어 패널에 손을 올렸다. 아까 전 쓰러뜨린 사이보그 리더의 뇌에서 뽑아낸 관리자 암호가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떠올랐다. 손가락 끝으로 복잡한 숫자 조합을 입력하자 기계 장치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육중한 문이 신음하며 좌우로 갈라졌고, 그 너머로 차가운 조명이 비치는 내부 복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입구를 넘어서자마자 천장에 매달려 있던 자동 방어 터렛들이 우리를 향해 총구를 돌렸다. 곧이어 요란한 총성과 함께 열감지 사격이 시작되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 벽 뒤로 몸을 숨겼다. 내 뒤를 따르던 하이브리드 대원들도 민첩하게 흩어지며 엄폐물을 찾았다. 총탄이 벽에 박히며 파편을 튀겼지만, 그녀들의 단단한 신체는 가벼운 찰과상만을 입었을 뿐이었다.
공중에서는 수십 대의 무인 드론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드론 하단에 장착된 소형 기관총들이 불을 뿜으며 원정군을 압박했다. 나는 대원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추적자들은 벽과 천장을 타고 달리는 기괴한 움직임으로 드론의 사각지대까지 접근했다. 그녀들은 합금 발톱을 들어 드론의 날개를 찢어발겼고, 바닥으로 추락한 기계들은 불꽃을 튀기며 멈췄다.
"뒤는 아들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중앙 통제실로 간다."
나는 소리치며 복도 안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들들은 사이보그 근위대 잔당들과 뒤섞여 처절한 육탄전을 벌였다. 그들이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나는 원정군 정예 요원들과 함께 벙커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리더의 기억 속 지도는 이 복잡한 미로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었다. 벙커의 심장부인 중앙 통제실이 멀지 않았다.
가는 길마다 나타나는 보안 문들을 차례로 해킹하며 나아갔다. 적들은 우리를 막기 위해 폐쇄회로 너머에서 안간힘을 썼지만, 내 안에 깃든 바이러스의 연산 능력은 인간의 기술력을 비웃었다. 마침내 가장 거대한 강화 도어 앞에 도달했다. 나는 마지막 암호를 입력해 문을 강제로 개방했다.
방 안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고위 과학자 수십 명이 당황하며 서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요새가 이렇게 쉽게 뚫릴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경비병들이 권총을 뽑아 들었으나 원정군 대원들이 더 빨랐다. 그녀들은 순식간에 방안을 장악하고 과학자들의 목에 칼날을 들이밀었다. 나는 그들 사이를 지나 메인 콘솔 앞으로 걸어갔다.
모니터에는 벙커 곳곳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특히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지하 최하층의 대형 수면실이었다. 그곳에는 수백 명의 남성 실험체들이 투명한 캡슐 속에 갇혀 잠들어 있었다. 벙커의 권력자들은 이 남성들을 새로운 병기 제작을 위한 재료로 저장해두고 있었다. 그들은 동족을 그저 소모품으로 취급하며 연명했던 것이다.
가장 나이 들어 보이는 과학자가 나를 향해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그는 우리가 남성들을 구하러 온 해방군이라고 착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저들은 나에게 구원을 바랄 자격이 없는 단순한 에너지원에 불과했다. 나는 콘솔의 제어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비상 모드를 가동했다.
"저들을 해방할 필요는 없다. 지금 즉시 생체 배터리로 전환해라."
내 명령에 과학자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들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들을 위협해 강제로 실행 버튼을 누르게 했다. 수면 캡슐로 연결된 전선들이 붉은빛을 내며 역류하기 시작했다. 잠들어 있던 남성들의 생체 에너지가 실시간으로 추출되어 벙커의 중앙 서버로 모여들었다. 벙커 01의 주인공들은 이제 내 제국을 지키는 거대한 도구로 전락했다.
나는 곧바로 벙커의 핵심 시설인 유전자 증폭 장치를 작동시켰다. 벙커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원통형 촉매로 하이브리드 대원들을 집결시켰다. 남성 실험체들에게서 뽑아낸 신선한 생체 에너지와 벙커의 정밀 기계 기술이 내 파동을 타고 융합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하이브리드 대원들은 기계 부품과 육체가 따로 노는 불안정한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들의 신체에 박혀 있던 차가운 강철들이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맥동했다. 금속과 세포가 분자 단위로 결합하며 '생체 금속'이라는 새로운 물질로 변모했다. 대원들의 피부 위로 흐르는 은색 광택은 이전보다 수십 배는 더 견고해 보였다.
대원들은 자신의 달라진 육체를 내려다보며 감탄했다. 이제 그녀들은 굳이 기계 부품을 충전하거나 수리할 필요가 없었다. 생체 금속은 스스로 재생하며 상황에 따라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신의 영역에 닿은 무장이었다. 나는 이들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제 이 군단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은 지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공포에 질려 바닥에 엎드린 과학자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들의 지식과 벙커의 설비는 여전히 가치가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제 나를 위한 노예 과학자로 살아가야 할 처지였다. 나는 그들 중 리더 격인 인물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이제부터 너희는 다른 것을 연구한다. 내 하렘을 위한 불사의 유전자를 완성해라."
나는 그에게 내 혈액 샘플이 담긴 실린더를 건넸다. 내 아이를 수태한 여성들이 영원한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완벽한 유전 공학 결과물을 원했다. 과학자들은 떨리는 손으로 실린더를 넘겨받았다. 거절할 권리는 그들에게 없었다. 죽음보다 더한 공포가 그들의 머리 위에 놓여 있었다.
나는 벙커의 모든 출입구를 폐쇄하고 제국과의 통신망을 다시 연결했다. 이곳은 단순한 적의 기지가 아니었다. 이제 벙커 01은 내 학교 요새를 보조하고 더 강력한 병기를 찍어내는 제2의 성지가 되었다. 수많은 생체 배터리들이 내는 소리 없는 비명이 벙커의 환기구를 타고 조용히 울려 퍼졌다.
메인 콘솔 광장에 모인 원정군은 새롭게 얻은 생체 금속 갑주를 빛내며 나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녀들의 눈동자에는 맹목적인 충성심과 갈망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벙커의 지배자로 군림하며 전광판에 표시된 다음 목표물들을 확인했다. 벙커의 기술력을 흡수한 내 제국은 이제 막 첫 번째 진화를 마친 셈이었다. 나는 과학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실험실을 뒤로하고 중앙 옥좌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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