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3: 거미줄의 주인

원정군이 정문을 박차고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는 다시 기이한 정적에 휩싸였다. 옥상에서 내려다본 그녀들의 뒷모습은 더 이상 평범한 여학생이나 교사의 것이 아니었다. 기계적인 구동음과 맥동하는 생체 갑주를 두른 채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새로운 시대의 군대를 보았다. 5km 밖의 적진을 초토화하라는 나의 명령은 이미 그들의 신경망 깊숙이 박혀 실행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발걸음을 옮겨 건물 내부로 향했다. 승강기 대신 계단을 택해 지하로 내려갔다. 한 층씩 내려갈수록 벽면을 타고 흐르는 생체 조직들의 박동이 더 선명하게 전해졌다. 학교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심장처럼 뛰고 있었다. 지하 사육실 입구에 도착하자 설비 담당 여직원들이 긴장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그녀들은 이미 남자의 몸에 수많은 전극과 생체 도관을 연결해 둔 상태였다.

"폭주는 멈췄지만, 생체 신호가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에너지가 너무 강해서 제어 장치가 버티기 힘듭니다."

설비 팀장이 보고하며 뒤로 물러났다. 나는 대답 대신 유리벽 너머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거칠게 저항하던 침입자들의 리더는 이제 거대한 고치 속에 파묻힌 채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다. 그의 머리에는 투명한 점액질로 가득 찬 헬멧 형태의 생체 장치가 씌워져 있었다. 이것은 모녀 코어와 연결되어 그의 의식을 데이터화하는 장치였다.

나는 장치 앞에 서서 직접 신경 연결을 시도했다. 내 손끝이 제어 콘솔에 닿자마자 차가운 금속질의 감각과 함께 뜨거운 전류가 뇌를 자극했다. 단순히 에너지를 뽑아내는 배터리로 쓰기에는 이 남자가 가진 정보가 너무 아까웠다. 그가 가져온 무기들과 장비들은 단순한 약탈자들의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나는 내 의식을 날카로운 송곳처럼 갈아 그의 뇌 속으로 밀어 넣었다.

남자의 정신 세계는 붕괴 직전의 폐허와 같았다. 고통 섞인 비명이 내 머릿속을 울렸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기억의 파편들을 헤집었다. 암전된 시야 사이로 영상들이 스쳐 지나갔다. 지저분한 야영지가 아닌, 차가운 백색 조명이 가득한 지하 시설의 풍경이 보였다. 그곳은 과거 정부가 운영하던 유전자 보존 벙커였다. 화면 속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과학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바이러스에 면역을 가진 남성 생존자들을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보호가 아니었다. 실험실 침대에 묶인 남성들의 모습이 보였고, 그들의 유전자를 추출해 병기를 만들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그곳의 과학자들은 스스로를 인류의 마지막 계승자라고 부르며 외부의 변이된 생존자들을 샘플이라고 칭했다.

나는 좀 더 깊은 기억을 추적했다. 남자가 속한 무장 세력은 그 벙커의 명령을 받는 외곽 수색대였다. 그들은 수력발전소의 전력이 학교라는 좌표로 집중되는 현상을 포착하고 나라는 존재를 찾아냈다. 기억 속의 과학자 한 명이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변종 바이러스 속에서도 무결한 유전자를 유지하며 수백 명의 여성을 통제하는 개체. 그들은 나를 '마스터 샘플'이라고 명명했다. 조만간 더 거대한 본대가 나를 채취하기 위해 이곳으로 올 것이라는 사실이 그의 뇌리에 공포와 함께 각인되어 있었다.

"결국 나를 노리는 자들이 더 있었다는 뜻이군."

나는 연결을 끊고 콘솔에서 손을 떼었다. 남자는 혼절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벙커의 존재는 성가신 변수였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그들이 가진 기술과 장비들을 흡수한다면 이 요새는 진정한 제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그들을 기다릴 순 없었다. 벙커의 과학자들은 내가 가진 생체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를 단순히 운 좋은 생존자로 여기고 있겠지만, 나는 이미 이 지역의 신이었다.

나는 곧장 옥상의 모녀 코어와 신호를 주고받았다. 민아와 그 어머니가 결합된 코어는 내 의도를 즉각 파악하고 반응했다. 나는 학교 주변 5km에 쳐진 은색 거미줄망의 설정을 변경했다. 단순히 진동을 감지하는 통제망에서 살상용 트랩으로 진화시켜야 했다.

"모든 거미줄에 고압 전류를 상시로 흘려라. 그리고 지하에서 정제한 신경 독소를 도관을 통해 매초 순환시켜."

나의 명령에 따라 요새 전체가 요동쳤다. 수력발전소에서 넘어오는 막대한 전력이 거미줄망으로 쏟아부어졌다. 숲속 어둠 속에 숨겨진 미세한 실들이 푸른 불꽃을 튀기며 각성했다. 이제 그 줄에 스치는 모든 생명체는 전기에 타 죽거나, 보이지 않는 기공을 통해 스며드는 독소에 마비되어 녹아버릴 것이다. 5km 반경은 이제 누구도 허가 없이 발을 들일 수 없는 절대 금역이 되었다.

잠시 후, 머릿속 신경망을 통해 원정군의 신호가 전달되었다. 승전보였다. 그녀들은 5km 밖 적들의 전초 기지를 완벽하게 초토화했다. 하이브리드 병기로 각성한 그녀들에게 구식 소총을 든 무장 세력은 사냥감에 불과했다. 나는 그녀들이 복귀하고 있다는 고주파 신호를 감지하며 운동장으로 나갔다.

멀리서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장갑차 한 대가 다가왔다. 적들에게서 탈취한 차량이었다. 차 위에는 생체 갑주를 두른 체육 특기생들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녀들의 손에는 피 칠갑이 된 무기와 함께, 정밀한 기계 부품들이 들려 있었다. 원정군 대장이 차량에서 뛰어내려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적들의 기지를 파괴하고 주요 보급품을 회수했습니다. 특히 이것이 유용할 것 같습니다."

그녀가 가리킨 것은 장갑차 뒷좌석에 실린 거대한 안테나와 연동된 통신 장비였다. 과거 군용으로 사용되던 장거리 무전 설비였다. 적들은 이 장치를 통해 지하 벙커와 실시간으로 교신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장비에 손을 얹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 사이로 아직 죽지 않은 전파의 진동이 느껴졌다.

이제는 내가 먼저 말을 걸 차례였다. 나를 샘플로 부르며 거만하게 지켜보던 지하의 과학자들에게,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알려주어야 했다. 나는 통신 장비의 전원을 켜고 주파수를 조절했다. 지직거리는 잡음 너머로 정적에 잠긴 외부 세계의 소리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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