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1: 장막 너머의 침입자들
옥상 난간 아래로 펼쳐진 어둠은 이제 더 이상 미지의 영역이 아니었다. 모녀 코어가 뿜어내는 푸른 파동은 학교 담장을 넘어 길게 뻗어 나갔다. 뇌리에 박히는 감각은 기계적이면서도 생생했다. 도로 위를 구르는 타이어의 마찰음과 엔진의 진동이 내 신경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세 대의 차량은 거만하게 전조등을 밝히며 다가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냥꾼이라 생각하겠지만, 이미 내 거미줄 망 위에 올라탄 먹잇감에 불과했다.
나는 입가를 비틀며 웃었다. 코어와 연결된 정신을 집중하자 옥상 위의 생체 조직들이 거세게 소용돌이쳤다. 5km 경계선을 막 넘어선 선두 차량의 엔진 소리가 유독 거슬렸다. 나는 손을 뻗어 허공을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내 의지는 실시간으로 모녀 코어를 거쳐 대기 중인 생체 파동으로 변환되었다.
강렬한 청백색 섬광이 코어의 중심부에서 발생하더니 목표물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는 공기를 가르며 달려가 선두 차량의 본닛을 정확히 타격했다. 금속이 뒤틀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과부하가 걸린 엔진에서 불꽃이 튀었고, 차량은 비명을 지르는 타이어 소리와 함께 도로 옆으로 미끄러졌다. 뒤따르던 나머지 두 대의 차량도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 섰다.
차 문이 거칠게 열리며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방탄조끼를 걸치고 총기를 든 채 주위를 경계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누군가 고함을 지르며 벼락이 떨어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그들이 보는 것은 텅 빈 밤하늘뿐이었다. 진짜 위협은 하늘이 아닌 지면 아래에 숨어 있었다.
나는 옥상에서 그들의 모든 움직임을 내려다보며 다음 명령을 내렸다. 학교 정문 근처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추적자들이 내 신호를 받았다.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의 이성을 가진 여학생들이 아니었다. 이한 제국의 사육견이자 치명적인 포식자들이었다. 추적자들은 소리 없이 지면을 박차고 나갔다. 그들의 신체는 이미 변이를 거쳐 초인적인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림자들이 번뜩였다. 가장 먼저 정차한 차량 뒤에 숨어 있던 남자가 짧은 비명을 지르고 사라졌다. 추적자의 손톱이 그의 목덜미를 낚아채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간 덕분이었다. 남은 생존자들은 공포에 질려 허공에 총을 갈겨댔다.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이 잠시 주변을 밝혔지만, 추적자들은 이미 다른 위치로 이동한 후였다.
나는 코어를 통해 추적자들의 시각 정보를 공유받았다. 붉게 물든 감각의 세계에서 인간들의 심장 박동은 선명한 표식으로 나타났다. 한 추적자가 공중에 높게 도약했다가 무장 대원들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그녀는 착지와 동시에 양손에 돋아난 골편을 휘둘렀다. 앞을 가로막던 사내들의 가슴팍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비명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다른 추적자들이 뒤섞여 들어오며 순식간에 난장판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살육은 정교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총소리는 점차 잦아들었고 대신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무거운 것이 끌리는 소리만 남았다. 추적자들은 내 명령을 잊지 않았다. 그들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시신들을 하나씩 챙겼다. 어떤 추적자는 한 손에 시체 하나씩을 꿰어 들었고, 다른 일행들은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자들을 제압해 끌고 오기 시작했다.
학교 정문이 스르르 열렸다. 거대한 생체 게이트가 입을 벌리자 추적자들이 전리품을 가지고 들어왔다. 바닥에는 짙은 혈흔이 긴 선을 그리며 남았다. 나는 옥상에서 내려와 중앙 광장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에도 모녀 코어의 박동이 내 등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었다.
광장 중앙에는 추적자들이 가져온 시체들과 생존자들이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대부분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두 명 정도는 여전히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남자가 있었다. 아까 지도 파악을 지시하던 무장 세력의 리더였다. 그는 한쪽 다리가 기이하게 꺾인 상태로 바닥을 기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남자의 눈에는 공포와 경멸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피를 토하며 나를 향해 욕설을 내뱉으려 했다. 하지만 곁을 지키던 추적자가 그의 머리채를 휘잡아 바닥에 처박았다. 남자의 이마에서 터진 피가 시멘트 바닥을 적셨다. 나는 그의 앞에 서서 무표정하게 내려다보았다. 이 남자는 죽이기엔 너무 아까운 자원이었다.
"이자는 죽이지 마라."
나는 곁에 서 있던 설비 담당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그녀들은 이제 내 의지에 완벽하게 복종하는 성실한 일꾼들이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지하 사육실 방향을 가리켰다. 인류 멸망 이후 부족해진 것은 비단 식량뿐만이 아니었다. 요새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는 항상 다다익선이었다. 이 남자의 강인한 생명력은 훌륭한 연료가 될 것이었다.
"지하 사육실로 옮겨라. 새로운 생체 배터리로 개조한다."
직원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남자의 사지를 결박했다.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저항했지만, 추적자들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그는 끌려가며 나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그 목소리는 차가운 지하 복도로 사라졌고 곧이어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남은 시신들은 아들들이 다가와 식량이나 강화 배양액의 재료로 처리하기 위해 수거해 갔다.
광장이 다시 정막에 휩싸였다. 정문에 묻은 핏자국은 내일 아침이면 생체 방벽에 흡수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옥상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여전히 푸른 빛을 내뿜는 모녀 코어가 맥동하고 있었다. 민아와 그녀의 어머니는 이제 완벽하게 내 요새의 부품이자 심장으로 안착했다.
나는 눈을 감고 확장된 신경망을 끝까지 펼쳤다. 이전에는 학교 주변 1km가 한계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2km, 3km를 지나 정확히 5km 지점까지 내 의지가 닿았다. 숲의 흔들림, 숨어 있는 작은 변이 생물들의 태동, 그리고 부서진 도로 위를 구르는 돌멩이 하나까지 느껴졌다. 이 광활한 영역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제 내 허락 없이는 불가능했다.
나는 옥상을 향해 천천히 발을 옮겼다. 내 발소리는 고요한 학교 건물 내부를 울렸다. 이제 이 요새는 단순한 여학교가 아니었다. 5km 반경을 지배하는 거대한 포식자의 둥지이자, 멸망한 세계의 새로운 중심이었다. 나는 옥상 난간에 다시 서서 어둠이 깔린 지평선을 응시했다. 확장된 일인칭의 시야가 세상의 끝을 붙잡고 있었다.
나의 지배 영역이 확정되었다. 이 경계선 안으로 발을 들이는 모든 것은 제물이 되거나 부품이 될 운명이었다. 나는 모녀 코어의 진동과 하나가 되어 내 영토에 선포했다. 시야가 닿는 모든 곳이 이제 나의 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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