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0: 모녀의 통합
민아의 몸이 가늘게 떨림을 멈췄다. 방금까지 내 목을 감싸고 있던 그녀의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더니 기이한 각도로 꺾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몸 안에서 느껴지던 맥박이 점차 변하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한 인간의 심장박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기계가 작동하며 내뿜는 규칙적인 전기 신호처럼 변해갔다.
머리 위 송전탑 고치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빛이 더욱 짙어졌다. 고치 속에 갇힌 민아의 어머니, 학부모 대표의 뇌파가 내 신경망을 타고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딸과 육체적으로 결합해 있던 나는 그 전이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어머니의 의식은 더 이상 고통에 울부짖지 않았다. 그녀는 아래에 있는 딸의 감각을 하나씩 흡수하고 있었다.
민아의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며 흰자위만 남았다.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달싹였으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척추를 따라 돋아난 미세한 돌기들이 바닥의 점액질과 반응하며 실시간으로 증식했다. 고치에서 뻗어 나온 수많은 신경 줄기들이 뱀처럼 꿈틀대며 내려왔다. 줄기들은 민아의 팔과 다리를 칭칭 감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내 의지와 연결된 거미줄망이 광포하게 날뛰고 있었다. 신경 줄기들은 민아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 그녀의 골격과 하나가 되었다. 민아는 고통을 느끼는 기색도 없이 서서히 허공으로 들어 올려졌다. 그녀의 몸은 어머니가 들어 있는 거대한 고치 바로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공중에서 두 개의 생체 덩어리가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민아의 등에서 돋아난 유기체 조직들이 위쪽 고치를 향해 팔을 뻗듯 솟구쳤다. 옥상 바닥 전체가 이 기괴한 증식 속도에 맞춰 꿈틀거렸다.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나온 신경망들이 옥상 난간과 환풍구를 덮으며 거대한 거미집을 형성했다.
나는 이 장관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민아와 어머니의 유전적 공명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화학 반응을 일으켰다. 두 사람의 뇌는 이제 별개의 존재가 아니었다. 민아의 젊은 신경계가 어머니의 노련한 인지 능력을 보좌하며 거대한 생체 연산 장치를 구성했다.
학교 전체를 감싸고 있던 방어막이 가시적으로 떨렸다. 반투명했던 푸른 구가 이제는 금속성 광택을 띠며 단단해졌다. 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정보의 양이 수십 배로 불어났다. 이전에는 학교 담장 너머의 숲까지만 겨우 감지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그 너머의 지형지물이 선명한 지도처럼 그려졌다.
새롭게 태어난 모녀 통합 코어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듯 에너지를 뿜어냈다. 나는 눈을 감고 확장된 감각의 끝을 따라갔다. 2km, 3km, 그리고 마침내 5km 지점까지 내 시야가 닿았다. 어둠에 잠긴 폐허가 된 도시의 잔해들이 뇌세포 하나하나에 박혔다.
감각망의 가장자리에서 이질적인 진동이 포착되었다. 자연적인 괴생명체의 불규칙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그것은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타이어가 지면을 긁는 규칙적인 소음이었다. 나는 코어의 연산 능력을 빌려 그 구역을 집중적으로 스캔했다.
무장한 차량 세 대가 학교 방향을 향해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차량 위에는 조잡하게 개조된 기관총들이 거치되어 있었다. 대략 열 명 정도의 남녀가 방탄조끼를 입고 무기를 든 채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인근 도시에 숨어 있던 생존자 집단인 모양이었다. 아마도 우리 학교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조명과 전력을 보고 접근하는 것이 분명했다.
무장 세력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지도를 펼쳐 들고 부하들에게 무언가 지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이 풍요로운 요새를 약탈하고 자원을 차지하려는 속셈이었다. 나는 그들의 머릿속에서 피어오르는 탐욕과 살의를 거미줄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읽어내었다.
나는 옥상 난간으로 걸어가 어둠 속을 응시했다. 내 뒤에서는 모녀가 합쳐진 거대한 생체 코어가 맥동하며 내가 명령을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확장된 감각은 적들의 정확한 위치와 무기 체계, 심지어 그들의 긴장된 호흡까지 나에게 보고했다.
학교 정문에 대기 중이던 추적자들과 아들들이 내 의지를 수신하고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그들의 신경은 이미 나와 하나로 묶여 있었다. 나는 굳이 입을 열어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내 머릿속에서 그려진 섬멸의 이미지가 거미줄망을 타고 모든 병기에게 전달되었다.
무장한 생존자들은 자신들이 거대한 거미의 사냥터 안으로 발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이 탄 차량이 5km 경계선을 넘어서는 순간, 나는 코어를 자극해 최대 전력을 방출하도록 유도했다. 길가에 매설된 거미줄 전선들이 적들의 진로를 차단하기 위해 땅밑에서 솟구쳐 올랐다.
나는 차갑게 미소 지으며 침입자들을 향해 첫 번째 살육의 신호를 보냈다. 옥상의 모녀 코어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생체 파동이 공기를 가르며 목표물을 향해 달려갔다.
"방해물은 필요 없다. 전부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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