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8: 신경의 군주
본관 집무실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학부모 대표들과 여교사들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홀로그램에서 뿜어 나오는 푸른 빛이 그녀들의 얼굴에 기괴한 음영을 드리웠다. 나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그녀들의 굴욕적인 태도를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맨 앞에 엎드린 1학년 학부모 대표는 내 구두 끝이 턱에 닿자 가늘게 몸을 떨었다.
방금 전까지 고압적으로 학교의 질서를 논하던 여인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들에게서 그런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력을 장악하고 신의 음성을 내뱉는 나라는 존재는 그녀들이 상상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모양이었다. 나는 턱을 괴고 앉아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손끝에서 시작된 미세한 전기 신호가 벽면의 거미줄망을 타고 실시간으로 확장되었다.
문득 뇌리에 낯선 감각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순한 데이터의 나열이 아니었다. 거미줄에 연결된 여성들의 생체 신호가 내 신경계와 공명하며 그들의 오감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시각을 차단하자 오히려 더 선명한 세계가 펼쳐졌다. 내 몸은 집무실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의식은 학교 곳곳으로 뻗어 나갔다.
복도 끝에서 보초를 서던 친위대원의 서늘한 피부 감촉이 느껴졌다. 급식실에서 솥을 닦는 조리사의 손바닥에 잡힌 굳은살의 이물감이 내 손등을 스치는 것 같았다. 기숙사 방 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흐느끼는 학생의 코끝에 감도는 눅눅한 습기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감시가 아니었다. 나는 학교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뇌가 되었고, 이곳의 모든 여성은 나의 말단 신경 세포가 된 셈이었다.
나는 눈을 뜨고 정면에 선 두 여성을 지목했다. 1학년 학부모 대표와 평소 나를 은근히 견제하던 수학교사였다. 두 사람은 갑작스러운 부름에 당황하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다른 여성들은 홍해처럼 갈라지며 길을 터주었다.
"너희 두 사람은 나와 함께 옥상으로 간다."
내 짧은 명령에 두 여인은 거역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뒤를 따랐다. 나머지 여성들은 본진에 남겨두었다. 그들은 내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몰라 불안한 눈빛을 교환했지만, 감히 입을 열어 물어보지는 못했다. 나는 엘리베이터 대신 비상계단을 택했다. 계단 벽면을 따라 흐르는 은색 실들이 내 발걸음에 맞춰 푸른 빛을 내며 박동했다.
옥상 문을 열자 차가운 밤공기가 몰려왔다. 하지만 그 추위조차 내게는 별다른 자극이 되지 않았다. 옥상 중앙에는 발전소에서 끌어온 막대한 전력을 처리하기 위해 설치한 생체 송전탑이 솟아 있었다. 베헤모스의 척추뼈와 아들들의 경화된 거미줄을 엮어 만든 이 탑은 기괴하면서도 웅장한 곡선을 그리며 밤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송전탑 아래에는 두 개의 거대한 고치 형상의 장치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주기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나는 겁에 질려 멈춰 선 학부모 대표의 등을 가볍게 밀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송전탑 근처로 다가갔다. 수학교사 역시 창백한 안색으로 내 눈치를 보며 뒷걸음질 쳤다.
"이 요새에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눈이 필요하다."
나는 그녀들에게 다가가 어깨를 붙잡았다. 내 손바닥을 통해 그녀들의 공포와 빠른 심박수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억지로 그녀들을 고치 안으로 밀어 넣었다. 끈적한 점액질이 그녀들의 옷과 피부를 파고들었다. 두 여인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점액이 입안으로 흘러 들어가자 꺽꺽거리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고치의 벽면에서 은색 실들이 쏟아져 나와 그녀들의 사지를 구속했다. 실들은 피부를 뚫고 신경다발을 찾아 깊숙이 침투했다. 이것은 송전탑의 에너지 흐름을 조율하고 학교 전체의 감각망을 유지하기 위한 생체 CPU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실험이었다. 그녀들의 생명력은 전력과 섞여 거미줄망 전체로 퍼져나가게 될 것이 분명했다.
고치가 완전히 닫히자 송전탑의 끝부분에서 강렬한 푸른 스파크가 튀었다. 나는 옥상 난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본관 아래층에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여성들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녀들은 옥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괴한 빛과 거구의 송전탑을 보며 바닥에 엎드려 기도하기 시작했다. 공포는 이제 종교적인 경외심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더 정교한 지도가 그려졌다. 고치 안에 갇힌 두 여인의 뇌파가 송전탑의 주파수와 동기화되자, 학교를 감싸고 있던 거미줄 감시망의 해상도가 수십 배는 선명해졌다. 이제 나는 어떤 장비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학교 1km 반경 내에 있는 개미 한 마리의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
학교 외벽의 생체 장갑이 이전보다 더 단단하게 경질화되었다. 전력이 고르게 분배되자 기숙사와 스마트 팜의 조명들이 일제히 밝아졌고, 요새 전체가 푸른 인광을 내뿜으며 어둠 속에서 거대한 성채처럼 떠올랐다. 나는 학교라는 거대한 기계 장치의 주인이자 영혼이 된 기분을 만끽했다.
나는 다시 집무실로 돌아왔다.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던 여성들은 내가 들어서자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옥상에서 일어난 일을 본 그녀들의 눈에는 이제 일말의 저항 의지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책상 앞에 놓인 낡은 가죽 의자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앉았다.
학교 전체에 흐르는 전력의 진동이 내 척추를 타고 부드럽게 흘렀다. 수백 명의 여학생과 교사들의 생체 파동이 내 의식 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오케스트라처럼 연주되었다. 나는 손가락 끝을 가볍게 움직여 어느 구역의 전력을 조금 낮추고, 다른 구역의 감각을 예민하게 끌어올렸다. 온 학교가 내 손바닥 안에 있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외부 세계와 대조적으로 학교 안은 대낮처럼 밝았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거미줄에 걸려 타 죽는 괴수들의 비명이 간간이 들려왔지만, 그것은 내게 기분 좋은 자장가나 다름없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창밖의 어둠을 응시하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이곳에서 나의 말은 곧 법이었고, 나의 의지는 곧 세계의 순리였다. 나는 이제 제국의 완성된 일체감을 느끼며 깊고 안락한 지배의 의자에 몸을 맡기고 앉아 있었다.
Comments (0)
No comments yet. Be the first to share your thou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