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7: 신의 음성
발전소의 육중한 레버를 당기자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던 진동이 온몸으로 퍼졌다. 거미줄망은 이제 단순한 신경망이 아니었다. 전선 구실을 하는 은색 실들이 푸른 빛을 내뿜으며 전기를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나는 제어반의 계기판 바늘들이 안정적으로 멈추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터빈이 돌아가는 소리가 발밑에서 웅웅거렸다.
학교로 돌아가는 길은 이전과 달랐다. 숲길을 따라 길게 뻗은 거미줄들이 주기적으로 빛을 발했다. 전력은 거미줄망을 타고 순식간에 학교 요새로 흘러 들어갔다. 본관 건물 꼭대기의 대형 저장고에 에너지가 차오르는 감각이 내 머릿속 지도로 선명하게 그려졌다.
학교 정문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본관 5층에 있는 나의 개인 집무실로 향했다. 이곳은 과거 교장실이었지만 이제는 제국의 심장부가 되어야 했다. 나는 책상 위에 설치된 특수 단말기에 손을 올렸다. 아들들의 생체 파동과 발전소의 전력이 이 장치에서 하나로 뭉쳤다.
전기에 자극을 받은 은색 거미줄들이 벽면을 타고 꿈틀거렸다. 실들은 서로 엉키고 설키며 공중에 복잡한 입체 구조를 만들었다. 곧이어 파란색 광선들이 거미줄 마디마디에서 뻗어 나와 허공에 이미지를 투사했다. 학교 전체의 평면도와 각 구역의 실시간 상황이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홀로그램 통제실이 완성되자 나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이제 직접 뛰어다닐 필요가 없었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기숙사 복도에서 속삭이는 소리까지 잡아낼 수 있었다. 거미줄망에 흐르는 전류는 민감한 센서가 되어 작은 진동도 데이터로 변환해 내 망막에 뿌려주었다.
나는 전력망을 교내 방송 시스템과 강제로 동기화했다. 은색 실들이 천장의 스피커 내부로 파고들어 회로를 재구성했다. 나는 마이크를 잡는 대신 머릿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떠올렸다. 내 의지는 전류를 타고 증폭되어 스피커로 전달되었다.
"지금부터 통행금지를 선포한다."
내 목소리가 교내 구석구석에서 울려 퍼졌다. 스피커뿐만 아니라 은색 실이 박힌 벽면 자체에서도 진동이 발생해 소리를 냈다. 학생들은 갑자기 사방에서 들려오는 내 목소리에 놀라 바닥에 엎드리거나 귀를 막았다. 그들에게 내 목소리는 단순한 방송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오는 신의 음성처럼 들릴 것이 분명했다.
나는 홀로그램 화면을 넘기며 생존자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공포에 질린 여학생들이 기육사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들의 불안을 즐기며 다음 명령을 내렸다.
"각 학년 학부모 대표들과 교사들은 지금 즉시 본관 집무실로 집결하라. 예외는 없다."
명령을 내린 뒤 나는 창밖을 보았다. 학교 외벽을 감싸고 있던 생체 장갑과 거미줄망에 푸른 불꽃이 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학교로 접근하던 괴수들이 고압 전류가 흐르는 거미줄에 걸려 비명을 질렀다. 놈들은 몸을 비틀며 타 들어갔고, 검게 그을린 사체가 담장 밑으로 떨어져 쌓였다. 이제 이 학교는 물리적인 방어력을 넘어 침입자를 즉사시키는 전기 요새가 되었다.
잠시 후 집무실 문 밖에서 거친 숨소리와 발소리가 들렸다. 학부모 대표들과 여교사들이 도착했다. 그녀들은 문 앞에 서서 서로의 눈치를 보며 주저했다. 나는 홀로그램 화면을 끄지 않은 채 문을 열라고 명령했다.
문이 열리자 서른 명에 가까운 여성들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녀들은 공중에 떠 있는 푸른 빛의 홀로그램과 그 중심에 앉아 있는 나를 보며 압도당한 표정을 지었다. 전력을 장악한 내가 보여주는 이 기이한 광경은 그녀들에게 경외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책상에서 일어나 그녀들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여성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전기가 공급되어 밝게 빛나는 형광등 아래에서 그녀들의 얼굴에 서린 공포와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나는 맨 앞에 엎드린 학년 대표의 턱을 구두 끝으로 들어 올렸다.
"빛이 돌아온 기분이 어떤가?"
그녀는 대답 대신 내 발등에 입을 맞추며 몸을 떨었다. 다른 여성들도 경쟁적으로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자원을 통제하는 것은 곧 생명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새로운 복종 의례를 요구했다. 이제 단순한 예의나 체면은 필요 없었다. 오직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명확한 서열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한 명씩 다가가 명령을 하달했다. 누구는 식량 창고를 관리하고, 누구는 기숙사의 규율을 감독하게 했다. 철저하게 내 입맛에 맞는 계급 구조를 다시 씌웠다. 거부하는 자에게는 전력 차단과 굶주림이라는 형벌이 기다리고 있음을 강조했다.
창밖에서는 전기에 타 죽는 괴수들의 사체 타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스며들었다. 나는 책상 위의 마이크 스위치를 다시 올렸다. 이번에는 학교 전체가 아닌, 외부 세계까지 내 목소리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언했다.
"오늘부로 이 학교의 모든 질서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너희의 생명도, 죽음도, 구원도 오직 나의 손에 달려 있다. 이것은 제국의 공식적인 시작이다."
교내 방송을 마친 나는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모니터링 화면 속에서 수백 명의 여학생이 운동장에 무릎을 꿇고 본관 건물을 향해 절을 하고 있었다. 빛을 되찾은 학교는 이제 멸망한 세상의 등대이자, 나만의 거대한 성채가 되었다. 나는 어둠 속에 쌓여가는 괴수들의 사체를 보며 가볍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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