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6: 동력의 확보
저수지 입구는 적막했다. 은색 거미줄이 나무 사이를 촘촘하게 메우고 있었지만 물가는 여전히 검은 물결만 일렁였다. 나는 둑 위에서 수면을 내려다보았다. 거미줄망을 통해 전해지는 진동이 점점 강해졌다. 물속 깊은 곳에서 거대한 질량이 움직이고 있었다. 놈들은 침입자를 감지하고 사냥을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갑주를 입은 여학생들에게 전투 준비 신호를 보냈다.
갑작스럽게 수면이 터지며 괴수들이 튀어 올랐다. 사람보다 세 배는 큰 양서류 형태의 괴물들이었다. 놈들은 비늘 대신 끈적한 점액질로 덮인 피부를 가졌고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입을 벌리며 달려들었다. 수십 마리의 괴수가 사방에서 원정군을 향해 도약했다. 나는 즉시 거미줄망과 연결된 의식을 가동했다. 머릿속에 저수지 주변의 지형과 괴수들의 궤적이 선명한 선으로 그려졌다.
나는 50명의 원정군에게 실시간으로 타격 지점을 전송했다. 내 의지를 전달받은 여학생들은 기계적인 정확도로 대응했다. 체육 특기생들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그녀들은 초인적인 도약력을 발휘해 괴수들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손목에서 뿜어져 나온 고강도 은색 와이어가 공중에서 궤적을 그렸다. 와이어는 괴수들의 목과 사지를 휘감았다. 학생들은 그대로 땅에 착지하며 와이어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점액질 가득한 괴수들의 육체가 단단한 와이어에 눌려 순식간에 토막 났다. 검은 피가 흙바닥을 적셨지만 여학생들은 멈추지 않았다.
자연계열 학생들은 후방에서 감각 시스템을 활용해 보이지 않는 위협을 찾아냈다. 그녀들은 진흙 속에 숨어 접근하는 괴수들을 지목했다. 지목된 위치로 아들들이 달려 나갔다. 아들은 거대한 주먹으로 지면을 내리쳤다. 강력한 생체 파동이 땅을 타고 전달되며 진흙 속에 숨어 있던 괴수들을 튕겨 올렸다. 공중에 뜬 괴수들은 대기하고 있던 여학생들의 와이어에 걸려 갈기갈기 찢겼다. 전투는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웠다.
나는 저수지 중앙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기가 가득한 안개 너머로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 보였다. 저수지의 수위 조절용 수문과 연결된 수력발전소였다. 발전소 주변에는 더 많은 괴수가 몰려 있었다. 놈들은 발전소의 금속 구조물을 둥지 삼아 기생하는 것 같았다. 나는 원정군을 이끌고 저수지 둑을 따라 발전소로 향했다.
발전소로 이어지는 통로에는 거대한 수로가 뚫려 있었다. 수로는 물이 빠진 상태였지만 바닥에는 썩은 고기 냄새와 오물이 가득했다. 나는 수로 안쪽에서 나오는 강력한 생체 신호를 잡아냈다. 저수지 바닥과 연결된 이 통로가 괴수들의 진짜 서식지였다. 나는 아들들에게 수로 진입을 명령했다.
아들들은 거침없이 어두운 수로 안으로 뛰어들었다. 뒤이어 여학생 부대의 절반이 수로를 따라 들어갔다. 내부에서는 곧바로 격렬한 전투 소리가 들려왔다. 괴수들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생체 파동이 부딪히는 진동이 수로 벽을 타고 전해졌다. 나는 지상에 남은 인원들과 함께 발전소 상층부를 장악하기로 했다.
발전소 제어실 문은 녹슨 철판으로 덮여 있었다. 나는 옆에 선 체육생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강화된 근육으로 문고리를 움켜쥐고 그대로 뜯어냈다. 제어실 안은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기계 설비들은 비교적 온전한 상태였다. 창밖으로는 아들들이 수중 괴수들을 처리하고 수로를 완전히 소탕하는 모습이 보였다. 놈들의 사체가 수로 밖으로 밀려 나갔다.
나는 제어실 중앙에 있는 대형 제어반 앞으로 다가갔다. 복잡한 버튼과 레버들이 즐비했지만 내 신경계와 연결된 거미줄망이 기계의 논리를 대신 설명해 주었다. 이 장치를 가동하려면 저수지의 수압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야 했다. 나는 통신 시스템을 가동하는 대신 뇌파를 통해 수문 구역에 배치된 학생들에게 명령했다.
"수문을 열어라."
거대한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며 저수지의 물이 터빈실로 쏟아져 들어갔다. 발전기 바닥이 진동하며 잠들어 있던 기계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바늘들이 일제히 오른쪽으로 꺾였다. 나는 제어반 가장 자리에 위치한 메인 레버를 움켜쥐었다. 이 레버는 학교 요새와 연결된 전력망의 최종 관문이었다.
나는 힘을 주어 레버를 아래로 당겼다. 묵직한 금속음과 함께 발전소가 요동쳤다. 거대한 변압기들이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전기를 생산했다. 생산된 전류는 단순히 전선을 타는 것이 아니었다. 학교에서부터 이곳까지 뻗어 나온 은색 거미줄망이 전도체 역할을 시작했다.
거미줄망을 타고 강력한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은색 실들이 푸른빛을 내며 맥동했다. 전류는 숲을 가로지르고 학교 담장을 넘어 본관 건물 전체로 퍼져 나갔다. 학교 옥상에 설치된 전력 저장고에 막대한 에너지가 주입되는 감각이 내 뇌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어두웠던 학교 창문들에 하나둘씩 불이 들어왔다. 발전소의 터빈은 멈추지 않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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