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4: 새로운 공생의 고치
베헤모스의 거대한 몸체 위에 깔린 비단천이 검은 액체로 빠르게 젖어 들었다. 승리에 도취해 축배를 들던 여학생들의 비명이 적막한 밤공기를 찢었다. 방금까지 복종의 상징처럼 내 발치에 머리를 조아렸던 거구의 피부가 기괴하게 부풀어 올랐다. 놈의 모공 하나하나에서 수만 마리의 검은 유충들이 꾸물거리며 터져 나왔다.
손가락 마디만 한 유충들은 날카로운 이빨을 세우며 가장 가까이에 있던 여학생들의 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학생들은 혼비백산하여 베헤모스의 등 위에서 뛰어내리려 했지만, 유충들의 속도가 더 빨랐다. 유충들이 내뿜는 미세한 생체 실이 여학생들의 발목을 묶어 바닥에 고정했다.
나는 이 혼란스러운 광경을 차분하게 지켜보았다. 내 피가 섞인 베헤모스의 몸에서 태어난 이 유충들은 단순한 기생충이 아닐 것이다. 그것들은 내 의지를 전달받을 새로운 매개체이자, 이 요새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줄 부품들이었다. 나는 오른손의 상처를 다시 쥐어짜며 아직 굳지 않은 피를 공중에 뿌렸다.
"내 목소리를 들어라. 너희의 주인은 나다."
나는 머릿속으로 아들들에게 보냈던 것보다 훨씬 날카로운 고주파 파동을 발사했다. 공중에 흩뿌려진 내 피 냄새를 맡은 유충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췄다. 놈들은 마치 지휘관의 명령을 기다리는 병사들처럼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나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유충들의 몸에서 푸른 빛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내 유전 정보가 놈들에게 완벽히 이식되었다는 신호였다. 나는 공포에 질려 바닥을 기고 있는 여학생 세 명을 가리켰다. 그녀들은 아까 내 시중을 들던 인문계열 학생들이었다.
"도망치지 마라. 이것은 너희에게 주는 새로운 힘이다."
나는 유충들에게 목표를 지정했다. 내 명령을 받은 검은 물결이 여학생들의 몸을 뒤덮었다. 학생들은 자지러지는 비명을 내질렀지만, 유충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들의 피부 속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유충들은 그녀들의 살점을 뜯어먹는 대신, 피하 조직에 자리를 잡고 고형화되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의 피부 위로 검고 질긴 갑주가 형성되었다. 유충들이 내뿜는 특수한 점액이 공기와 만나면서 강철보다 단단한 생체 장갑으로 변했다. 팔과 다리, 가슴과 등을 감싼 검은 갑옷은 마치 그녀들의 신체 일부처럼 유연하게 움직였다. 학생들은 고통스러운 비명 대신 기이한 신음과 함께 몸을 떨었다.
나는 이 과정이 단순한 외장 강화에 그치지 않음을 깨달았다. 유충들은 숙주의 신경다발에 미세한 촉수를 박아 넣었다. 내 머릿속으로 세 여학생의 시야와 감각이 실시간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근육 수축 정도와 심박수까지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세 학생이 마치 보이지 않는 실에 끌려 올라가는 꼭두각시처럼 절도 있게 일어섰다.
그녀들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회색빛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몸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했다. 나는 그녀들에게 옆에 서 있던 빈 나무 궤짝을 부수라고 명령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검은 갑주를 입은 여학생이 주먹을 휘둘렀다. 두꺼운 나무판자가 단 일격에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훌륭하다. 이것이 진정한 공생이다."
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베헤모스의 사체 주변에 모여든 수백 명의 여성들을 내려다보았다.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던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이제 넋이 나간 눈으로 나를 우러러보았다. 내가 손을 흔들자 베헤모스의 몸에서 남은 수만 마리의 유충이 일제히 지면으로 쏟아져 내렸다.
유충들은 마치 검은 파도처럼 운동장을 가로질러 여학생들을 덮쳤다. 운동장은 순식간에 비명과 신음이 뒤섞인 도가니로 변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짧은 진통이 끝나면 내 앞에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최강의 군대가 완성될 것이었다.
교무부장과 국어 교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몸을 파고드는 유충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거부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 통증을 지배자의 축복인 양 받아들였다. 10여 분이 지나자 운동장에 있던 240명의 여학생과 수십 명의 성인 여성 모두가 검은 생체 갑주를 입은 모습으로 변모했다.
나는 내 의지에 귀를 기울였다. 이제 이 학교 안의 모든 여성은 내 뇌와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군집 지능이 되었다. 나는 입을 열지 않고도 그녀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세세한 행동 수칙을 하달할 수 있었다. 수백 명의 여성이 동시에 무릎을 꿇으며 바닥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그 무거운 충격음이 연병장 전체를 울렸다.
"이제 요새를 확장하겠다. 우리의 영역은 이 담장에 머물지 않는다."
나는 베헤모스의 등에서 내려와 학교 본관 건물을 바라보았다. 내 의지를 감지한 유충들은 숙주인 여성들의 손끝과 입에서 은백색의 질긴 실을 뿜어내게 했다. 수천 개의 실타래가 허공을 교차하며 건물 전체를 휘감기 시작했다. 실은 단순히 건물을 덮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생체 외벽과 융합하여 더욱 거대한 고치를 형성했다.
학교 건물은 이제 콘크리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유기체 덩어리로 변했다. 실이 겹겹이 쌓인 외벽은 외부의 어떤 타격도 흡수할 만큼 탄력적이면서도 견고해 보였다. 나는 이 고치 속에서 새롭게 태어날 제국의 모습을 상상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서쪽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어둠에 잠긴 도심의 실루엣이 멀리서 보였다. 그곳에는 아직 내가 정복하지 못한 자원과 수많은 잠재적 숙주가 널려 있었다. 나는 내 신경계의 지류가 된 '실뿜는 군단'에게 이동 준비를 명령했다. 수백 명의 여학생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도시 방향을 응시했다.
나는 가장 먼저 갑주를 입혔던 학생 대표를 불러 내 옆에 세웠다. 그녀는 아무런 감정 없는 눈으로 나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나는 학교 전체를 뒤덮고 있는 거대한 생체 실의 끝자락을 손으로 만졌다. 진동을 통해 도시 너머에서 들려오는 괴생명체들의 소리가 명확하게 전달되었다.
"모든 것을 고치로 덮어라. 도시 전체가 나의 요새가 될 것이다."
나는 확장 계획을 구상하며 첫 번째 원정대를 편성했다. 신인류 아들들은 선봉에서 길을 닦고, 갑주를 입은 여학생들은 뒤따르며 정복한 영토를 고치로 봉인할 터였다. 나는 본격적인 진격을 위해 운동장에 도열한 군단을 한 번 더 훑어보았고, 그녀들은 내 시선이 닿는 곳마다 절도 있는 동작으로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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