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on July 20, 2026

Chapter 2: 오이와의 밤

눈을 떴다. 아침이었다. 할머니는 여전히 앓아누워 계셨다. 어젯밤에도 열이 안 떨어졌는지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할머니, 약 먹을 시간이에요."

"응... 고맙다..."

물도 한잔 떠드리고 이마에 수건도 갈아드렸다. 할머니는 다시 잠드셨다. 심하게 아프신 건 아니지만 기운이 없어 보였다. 병원에 가자고 해도 싫다고 하셨다. 그냥 좀 쉬면 낫는다고.

일주일째 혼자였다.

그 말이 내게 무슨 의미인지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가방을 챙겼다. 공부할 책도 넣고, 필기도구도 넣고. 평범한 여고생의 가방처럼 보여야 했다. 근데 그 밑에는 딴 게 숨겨져 있었다.

오이.

할머니가 텃밭에서 기르시던 오이 중 제일 굵고 단단한 놈으로 골랐다. 싱싱했다. 녹색 껍질에 작은 돌기들이 돋아 있었다. 만지면 서걱거리는 질감이 손끝에 전해졌다.

윤활제도 챙겼다. 편의점에서 샀다. 남녀공용이라고 써있는 투명한 젤. 계산할 때 아저씨가 나를 두 번 쳐다봤지만 아무 말 안 했다. 뭘 알겠어.

가방을 메고 나왔다. 문을 잠그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버스를 탔다. 창밖으로 익숙한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논, 밭, 낡은 상가들. 이 동네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근데 내 가방 안에서는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터미널에 도착했다.

지하 계단. 어두웠다. 낮에도 형광등이 죽어가는 게 느껴졌다. 몇 개는 아예 나가 있었고, 나머지도 깜빡거리며 언제 꺼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내 발소리만 메아리쳤다.

복도 끝. 화장실 문.

밀었다. 삐걱거렸다.

안을 확인했다. 아무도 없었다. 다행히.

나는 변기 칸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걸쇠가 딸깍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내게 안도감을 줬다. 아직은 안전하다는 증거.

가방을 변기 옆에 내려놓았다.

옷을 벗었다. 브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한 개, 두 개. 천천히. 시간을 끌었다. 이 순간이 제일 좋았다. 평범한 옷이 벗겨지고 내 진짜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브라우스를 벗어 변기 위에 걸쳤다.

치마를 내렸다. 허리에서 발목까지 미끄러져 내려갔다. 팬티도 함께 내려갔다. 나는 두꺼운 안경을 벗어 치마 위에 올려놓았다.

알몸이 됐다.

거울 속 내 모습. 창백한 피부. 가슴이 아직 덜 떨리고 있었다. 젖꼭지가 이미 서 있었다. 살짝 올라와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만져봤다. 딱딱했다. 닿는 순간 전기가 흘렀다.

좋아.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바닥이 무릎뼈를 찔렀다. 아팠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나는 구멍 앞에 정확히 무릎을 맞췄다. 높이가 딱 좋았다. 내 얼굴이 구멍과 일직선이 됐다.

손이 떨렸다.

가방에서 오이를 꺼냈다.

윤활제도 꺼냈다.

오이를 손에 쥐었다. 생각보다 무거웠다. 굵기는 내 손목만 했다.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서 손에 감겼다. 나는 한쪽 끝에 윤활제를 짰다. 투명한 젤이 흘러내렸다. 손가락으로 문질러 발랐다.

반짝거렸다.

이제 구멍에 넣을 차례였다.

나는 오이의 윤활제 바른 끝을 구멍에 밀어넣었다. 정확히 반대편까지 닿을 길이였다. 끝이 반대편 벽에 닿았다. 나는 천천히 조절했다. 구멍 한가운데에 고정되도록. 오이가 흔들리지 않게 잡았다.

고정됐다.

구멍에서 오이가 튀어나와 있었다. 내 쪽으로 약 10센티미터쯤.

마치... 진짜 자지처럼 보였다.

나는 그걸 바라봤다.

상상 속 자지. 그 어제의 자지. 그 낯선 남자의 자지가 내 앞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손을 뻗어 오이 밑동을 잡았다. 굵었다. 단단했다. 살아있는 것 같았다.

입을 벌렸다.

혀를 내밀어 오이 끝을 핥았다.

윤활제 맛. 약간 달고 미끄러웠다. 나는 혀로 끝을 동그랗게 쓸었다. 천천히. 음란하게. 마치 진짜 남자의 귀두를 핥는 것처럼.

"아... 응..."

내 신음이 울렸다.

입을 벌려 오이를 물었다. 천천히 깊숙이. 내 입술이 오이 표면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갔다. 이빨로 살짝 긁었다. 단단한 질감이 혀에 닿았다. 나는 빨기 시작했다.

위아래로.

위아래로.

빠르게. 리드미컬하게.

손으로 오이 밑동을 감싸고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의 자지를 잡고 있는 것처럼. 엄지로 오이의 윗부분을 문지르며 리듬을 맞췄다.

내 침이 오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아... 아... 좋아... 더..."

내 목소리가 작게 울렸다. 반대편 칸이 비어있어서 더 크게 낼 수 있었다. 아무도 없다는 게 안심이면서도 아쉬웠다. 어제의 그 남자는 오지 않을까.

오이를 더 깊이 넣었다. 목구멍까지 닿을 것 같았다. 나는 억지로 밀어넣었다. 구역질이 났지만 참았다. 참는 게 더 흥분됐다. 눈물이 맺혔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그때였다.

반대편 칸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뚝.

발소리.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얼어붙었다. 입속의 오이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숨도 쉴 수 없었다. 오이를 입에서 뺐다. 침이 줄처럼 이어졌다. 나는 그 자세 그대로 멈췄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 누군가 들어왔다. 신발 끄는 소리. 무거운 발걸음. 남자였다.

나는 숨을 죽였다. 움직이지 않았다. 무릎 꿇은 자세 그대로 얼음이 됐다. 알몸이었다. 만약 이 칸 문이 열리면 나는 완전히 발가벗겨진 채로 남의 눈에 띄는 거였다.

소변기 쪽으로 걸어가는 소리.

바지 지퍼 내려가는 소리.

그리고 오줌 누는 소리.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리였다. 나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도망가야 하는데 귀가 그 소리에 고정됐다.

오줌 소리가 끊겼다. 지퍼 올리는 소리. 손 씻는 소리.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그리고 발소리가 문 쪽으로 옮겨갔다.

문이 열리고 닫혔다.

조용해졌다.

나는 숨을 내쉬었다. 언제 참았는지도 몰랐다. 폐가 터질 것 같았다. 온몸이 떨렸다. 무릎이 아팠다. 손에 쥔 오이가 미끄러웠다.

아무도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근데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거지?

남자가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가 사라졌다.

나는 숨을 내쉬었다. 온몸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렸다. 무릎이 바닥에 붙은 채로 주저앉았다. 손에 쥔 오이가 여전히 축축했다.

하...

안도감이 밀려왔다. 근데 그보다 더 큰 게 있었다.

실망.

왜 실망하는 거지? 도망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남자가 내가 있는 칸 앞에 멈추길 바랐다. 문을 두드리길 바랐다. "거기 누구 있어요?"라고 물어보길. 아니면 아예 문을 열어버리길.

나는 진짜 변태였다. 그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씁쓸한 웃음.

오이를 다시 입에 물었다. 이번에는 더 거칠게. 빠는 속도를 높였다. 위아래로. 위아래로. 내 침이 오이를 타고 흘러 손목까지 적셨다. 미끄러웠다. 손으로 잡기 힘들 정도로.

다른 손을 내려 젖꼭지로 가져갔다.

젖꼭지는 이미 서 있었다. 손끝이 닿자 전기가 흘렀다. 나는 비비기 시작했다. 동그랗게. 핑거스냅하듯 퉁겼다. 아팠다. 근데 좋았다. 아픈 게 좋았다.

"아... 으응..."

신음이 절로 나왔다. 오이를 빨면서, 젖꼭지를 비비면서. 나는 점점 더 거칠어졌다. 오이를 입속 깊숙이 밀어넣었다. 목구멍까지 닿았다. 구역질이 났지만 참았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게 내가 원하는 거였다.

더럽고, 음란하고, 변태 같은 것.

나는 오이를 입에서 뺐다. 침이 줄처럼 이어졌다. 숨을 헐떡였다.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네발기기 자세.

무릎을 바닥에 대고, 손바닥을 바닥에 짚었다. 엉덩이를 구멍 쪽으로 들이밀었다. 뒤돌아보니 구멍이 정확히 내 보지 높이에 있었다. 완벽했다.

오이를 뺐다. 구멍에서 빠질 때 찍 소리가 났다.

손가락을 내려 보지로 가져갔다. 이미 흥건했다.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안쪽은 뜨거웠다. 나는 손가락을 두 개 넣었다. 벌렸다. 늘렸다.

"아... 아..."

손가락이 보지를 벌리는 감각이 선명했다. 나는 그 벌어진 틈을 구멍 쪽으로 밀어 넣었다. 엉덩이를 더 들었다. 구멍에 보지가 딱 맞닿았다.

삽입 시늉.

나는 엉덩이를 움직였다. 앞뒤로. 앞뒤로. 구멍에 보지를 비볐다. 차가운 벽이 보지 입구를 스쳤다. 자극이 강했다. 나는 더 빠르게 움직였다.

"아... 아저씨... 박아주세요... 더... 더 깊이..."

내 목소리는 신음섞여 흐트러졌다. 나는 상상했다. 저 구멍 너머에 어떤 남자가 서 있다고. 그의 자지가 내 보지를 찌르고 있다고. 내 엉덩이를 움켜쥐고 거칠게 박아대고 있다고.

"아... 으응! 좋아! 거기! 거기예요!"

엉덩이가 저절로 흔들렸다. 손가락으로 보지를 벌린 채, 구멍에 밀어 넣는 동작을 반복했다. 점점 더 빠르게. 점점 더 거칠게.

그때였다.

화장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덜컹.

나는 얼어붙었다.

들어오는 발소리. 무겁고 둔탁했다. 큰 남자였다. 발걸음이 소변기 앞에서 멈췄다. 바지 지퍼 내려가는 소리. 그리고 오줌이 쏟아지는 소리.

완전히 깜빡했다. 문을 잠그지 않은 걸 깜빡했다. 아까 그 남자가 나갈 때, 나는 문이 닫히는 소리만 듣고 잠금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다.

멍청했다.

근데 움직일 수 없었다.

네발기기 자세 그대로. 엉덩이를 구멍 쪽으로 들이민 채. 손가락이 보지 안에 박힌 채. 나는 그 상태로 굳었다.

남자가 오줌을 누고 있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리. 길었다. 많이 참았나 보다. 나는 숨을 죽였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들킬까 무서웠다.

오줌 소리가 끊겼다.

지퍼 올리는 소리.

발소리가 수도꼭지 쪽으로 옮겨갔다. 물 틀고 손 씻는 소리. 천천히. 여유롭게.

나는 그가 언제 내 쪽으로 올지 상상했다. 내 칸 앞에 멈출지. 문을 두드릴지. 아니면 아예 열어버릴지.

근데 그러지 않았다.

발소리가 문 쪽으로 옮겨갔다. 문이 열렸다. 닫혔다.

조용해졌다.

나는 숨을 내쉬었다. 언제 참았는지도 몰랐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온몸이 떨렸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또 놓쳤다.

왜 나는 항상 이러는 거지? 도망가길 바라면서도, 잡히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았다. 근데 잡히지 않았다. 항상 스치듯 지나갈 뿐.

나는 그 자세 그대로 한참을 멈춰 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손가락을 보지에서 빼고, 다시 구멍에 입을 댔다. 이번에는 크게. 아주 크게.

"아... 으응... 하아... 좋아... 거기... 거기 박혀... 아악!"

목청껏 질렀다. 신음이 화장실 안을 울렸다. 메아리쳤다.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도 없다는 걸 알았다. 있다 해도 상관없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 미쳐 있었다.

손가락을 다시 보지에 넣었다. 세 개. 아팠다. 근데 아픈 게 좋았다. 벌어지는 감각이 좋았다. 나는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위아래로. 빙글빙글. 보지 안쪽을 긁었다.

"아! 아! 응! 거기! 거기!"

다른 손으로 젖꼭지를 비볐다. 꼬집었다. 잡아당겼다. 아팠다. 좋았다. 두 가지 감각이 동시에 몰아쳤다. 나는 그 속에서 허우적댔다.

점점 더 빨라졌다.

손가락이 보지 안을 미친 듯이 움직였다. 물소리가 찰싹찰싹 났다. 내 액이 너무 많아서 바닥까지 흘러내렸다.

"싼다... 싸... 싼다... 아아아아악!"

정점이 몰려왔다.

다리가 풀렸다. 무릎이 바닥을 버티지 못했다. 그대로 옆으로 주저앉았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보지가 수축했다. 손가락이 그 수축을 느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천장이 보였다. 금이 간 타일. 먼지가 쌓인 형광등. 숨을 헐떡였다. 가쁘게. 온몸이 축축했다. 땀과 내 액과 침이 뒤섞여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누워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다. 천장의 금을 세면서, 형광등의 깜빡임을 세면서. 서서히 숨이 안정됐다. 심장도 진정됐다.

일어나야 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무릎이 시렸다. 팔도 후들거렸다. 손가락에 남아있는 액을 옷으로 닦았다.

옷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팬티. 브래지어. 치마. 브라우스. 안경.

학교에서 보는 평범한 여고생으로 돌아가는 과정. 옷을 입을수록 내 정체성이 가려졌다. 그게 안도감을 줬다. 동시에 아쉬움도.

가방을 챙겼다. 오이와 윤활제는 다시 가방 깊숙이 넣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거울을 봤다.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다. 얼굴이 붉었다. 입가가 약간 부어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정리했다. 최대한 평범하게.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괜찮아. 아무도 몰라. 아무 일도 없었어.

문을 열고 나왔다.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계단을 올라갔다. 지하의 어둠이 점점 멀어졌다. 햇빛이 눈을 찔렀다.

터미널 밖. 버스 정류장. 평범한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아무도 내가 방금 뭘 했는지 몰랐다.

버스가 왔다. 올라탔다. 창밖이 흘러갔다.

다음에도 오겠지.

또 올 거야.

그게 무서우면서도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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