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다음
눈을 떴다.
천장이 보였다. 방 안이 어둡다. 불을 켠 기억이 없다. 언제 들어왔는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몸이 무거웠다. 뼈대째 가라앉는 느낌.
그 자세로 누워 있었다.
손을 움직였다. 천천히 내려가 보지에 닿았다. 팬티 위로 만져봤다. 축축했다. 아직도 젖어 있었다. 속옷 밖으로도 느껴질 정도로.
팬티를 내렸다. 손가락이 직접 닿았다.
보지 입구가 부어 있었다. 만지면 욱신거렸다. 손가락을 살짝 넣자 미끄러졌다. 안쪽은 아직도 뜨거웠다. 정액이 남아 있었다. 내 액체와 섞여서 질척거렸다.
손가락 하나를 더 넣었다.
후장 쪽으로 손을 돌렸다. 엉덩이 사이로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후장 입구도 부어 있었다. 만지면 따끔거렸다. 손가락이 살짝 들어갔다. 좁았다. 아직 늘어나지 않은 상태.
손가락을 빼냈다.
손가락에 정액이 묻어 있었다. 희뿌연 액체가 손가락을 코팅했다. 양이 꽤 됐다. 바르르 흔들리던 그 액체가 손등까지 흘러내렸다.
들여다봤다.
손가락을 코 앞에 가져갔다. 냄새를 맡았다.
정액 냄새. 짭짤하면서도 표백제 같은 그 특유의 냄새. 거기에 내 냄새가 섞여 있었다. 보지 냄새. 땀 냄새. 그리고 화장실 바닥의 찌든 냄새까지.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혀에 정액이 닿았다. 짭짤했다. 약간 쓴맛이 났다. 혀로 손가락을 핥았다. 정액이 혀 위에서 녹았다. 천천히 빨아들였다. 손가락 두 개를 입에 넣고 핥았다. 깨끗해질 때까지.
침과 함께 삼켰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감각. 뜨끈한 액체가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배 속이 따뜻해졌다.
손가락을 입에서 뺐다. 깨끗했다. 침만 발라져 있었다.
눈을 감았다. 다시 보지로 손을 내렸다. 손바닥으로 보지를 감쌌다. 뜨거웠다. 손가락으로 살짝 문질렀다. 아팠다. 부은 곳이 자극을 받았다.
그래도 손가락이 멈추지 않았다.
보지 입구를 벌렸다. 손가락 하나가 다시 들어갔다. 안쪽에서 정액이 흘러나왔다. 손가락에 묻었다.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또 핥았다. 또 삼켰다.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른다.
정신이 드니까 손가락이 보지 안에 박혀 있었다. 하반신이 축축했다. 침대 시트가 다 젖어 있었다. 정액인지 내 액체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일어나야 했다.
일어날 수 없었다.
그 상태로 한참을 더 누워 있었다.
알람 소리.
눈을 떴다. 아침이었다. 방 안에 햇살이 들어왔다. 알람이 계속 울렸다. 손을 뻗어 껐다.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쑤셨다. 허리가 특히 아팠다. 무릎도. 어깨도. 어디 하나 안 아픈 데가 없었다.
바닥에 내려섰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한 번 휘청였다. 벽을 짚고 겨우 중심을 잡았다.
거울 속 내 모습. 머리카락이 덥수룩하게 흘러내렸다. 얼굴이 창백했다. 입가에 마른 침 자국이 있었다. 목에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손가락 자국. 빨간색에서 보라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옷을 벗었다. 교복을 꺼냈다. 입으려다 멈췄다.
가방을 열었다.
어제 챙겼던 오이가 없었다. 바닥에 두고 왔나. 윤활제도 없었다. 다 썼나. 아니면 챙기지 않고 왔나.
다시 챙겨야 했다.
방을 나섰다. 부엌에 할머니가 계셨다. 밥을 짓고 계셨다.
"일어났니? 아침 먹자."
"네."
밥을 먹었다. 숟가락이 무거웠다. 반찬이 입에 들어갔다. 씹는 게 힘들었다. 할머니가 뭔가 말씀하셨다. 대답한 것 같다. 기억나지 않는다.
밥을 다 먹었다. 설거지를 했다. 가방을 챙겼다.
할머니 텃밭에 갔다.
오이가 있었다. 어제보다 더 굵은 게 보였다. 더 단단해 보였다. 줄기를 잡고 비틀었다. 뚝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손에 쥐었다. 무게감이 느껴졌다. 껍질이 매끄러웠다. 약간 돌기가 있었다.
주머니에 넣었다.
방으로 돌아왔다. 가방에 오이를 넣었다. 윤활제는 어디 있지. 서랍을 뒤졌다. 새 윤활제가 하나 있었다. 지난번에 사둔 거. 아직 안 쓴 거. 챙겼다. 휴지도 여러 겹 챙겼다.
가방을 닫았다. 어깨에 멨다. 무거웠다. 어제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할머니께 인사드렸다. 할머니는 텃밭에 계셨다. 등을 돌린 할머니에게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손을 흔드셨다. 나는 나왔다.
버스 정류장.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할머니들. 학생들.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게 당연했다. 나는 평범한 여고생이니까.
버스가 왔다. 올라탔다. 뒷자리에 앉았다. 창밖이 보였다. 논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은 맑았다. 좋은 날씨였다.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했다.
내렸다.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익숙한 길. 익숙한 계단.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보였다. 계단이 어둡게 드리워져 있었다.
멈춰 섰다.
어제 일이 떠올랐다. 네 명의 남자들. 그들의 웃음. 내 몸을 찢던 통증. 바닥에 흘러넘친 정액. 그들의 발소리가 사라지던 순간.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계단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형광등이 깜빡거렸다. 계단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다. 어제와 똑같았다. 달라진 게 없었다.
가방이 어깨를 눌렀다. 안에 오이가 있었다. 윤활제가 있었다.
발을 내디뎠다.
계단을 한 칸 내려갔다. 또 한 칸. 벽을 짚었다. 차가웠다. 콘크리트 벽이 손바닥에 닿았다. 거칠었다.
두 칸 더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복도 끝까지 걸어갔다.
형광등이 몇 개 더 나가 있었다. 평소보다 더 어두웠다. 복도 중간쯤은 거의 캄캄했다. 발소리만 유난히 크게 울렸다.
화장실 문이 보였다.
낡은 나무문.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다. 손잡이는 녹슬어 있었다. 어제와 똑같았다. 어제 그 문이 부서졌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멀쩡했다. 새로 고친 것 같지는 않았다. 원래부터 부서지지 않았던 걸까.
내가 기억을 잘못한 걸까.
문 앞에 섰다.
손잡이가 눈앞에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 가방이 어깨를 눌렀다. 안에 오이가 있었다. 윤활제가 있었다. 준비는 되어 있었다.
숨을 들이쉬었다.
내려가지 않았다. 숨이 가슴에서 막혔다. 깊게 들이마셔도 폐까지 닿지 않는 느낌.
어제 그 장면이 떠올랐다.
문이 부서지던 소리. 경첩이 찢어지던 소리. 그들이 나를 내려다보던 눈빛. 바닥에 눌려 팔과 다리가 고정되던 감각. 내 몸속을 찢던 통증.
손이 떨렸다.
손잡이를 잡아야 했다. 잡을 수 있었다. 놓을 수도 있었다. 돌아가면 됐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 됐다. 할머니가 계셨다. 학교에 가면 됐다. 평범한 여고생으로 돌아가면 됐다.
하지만 손이 움직였다.
손잡이를 잡았다. 차가웠다. 녹슨 쇠가 손바닥에 닿았다. 손잡이가 돌아갔다. 문이 열렸다.
안쪽이 보였다.
형광등이 켜져 있었다. 어제보다 더 밝았다. 소변기가 보였다. 세면대가 보였다. 변기 칸이 보였다. 두 개. 왼쪽과 오른쪽. 그 사이 벽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서 있었다.
네 명.
어제 그 남자들.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가에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작업복 입은 남자가 변기 칸에 기대어 서 있었다. 트레이닝복 입은 남자가 세면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나머지 둘은 소변기 앞에 서서 나를 향해 돌아서 있었다.
하나가 입을 열었다. 고개를 저으며.
"또 왔네, 역시."
그 말에 다른 남자들이 웃었다. 낮고 굵은 웃음소리.
나는 문 앞에 서 있었다. 손잡이를 잡은 채로.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문을 닫고 도망쳐야 했다. 그래야 했다.
가방이 어깨를 눌렀다. 안에 오이가 있었다.
몇 초.
그냥 서 있었다.
그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뭘 할지 알고 있다는 듯이.
내가 뭘 할지 나도 알고 있었다.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손이 떨렸다. 가방 끈이 손에서 미끄러졌다. 다시 잡았다. 바닥에 내려놓았다. 천천히. 소리가 크게 났다. 가방 안에서 오이가 굴렀다.
그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손을 올려 브라우스 첫 번째 단추를 잡았다.
풀었다.
두 번째 단추.
세 번째.
네 번째.
단추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브라우스가 벌어졌다. 속살이 드러났다. 브래지어가 보였다. 어제 그들이 찢지 않았던 브래지어. 하얀색. 평범한.
어깨에서 브라우스가 흘러내렸다. 팔을 빼냈다. 천이 피부를 스쳤다. 차가웠다.
브라우스를 변기 위에 걸쳤다.
치마 지퍼를 내렸다. 손가락이 둔하게 움직였다.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치마가 허리에서 미끄러져 내려갔다. 발목까지. 발을 빼냈다.
팬티만 남았다.
손이 팬티 가장자리에 닿았다. 천이 얇았다. 손가락이 천을 잡고 내렸다. 팬티가 허벅지를 타고 내려갔다. 무릎까지. 발목까지. 벗어던졌다.
알몸이 됐다.
형광등 불빛이 피부에 닿았다. 차가웠다. 소름이 돋았다. 젖꼭지가 단단해졌다. 그들 앞이었다. 그들이 보고 있었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차가운 타일이 무릎을 찔렀다. 어제보다 더 아팠다. 어제보다 더 차가웠다. 참았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었다. 엎드렸다. 무릎과 손바닥으로 몸을 지탱했다. 천천히 엉덩이를 들었다.
내가 원하는 자세. 내가 알던 자세. 익숙한 자세.
고개를 숙였다. 바닥이 보였다. 타일 사이에 때가 껴 있었다. 내 침 자국일까. 아니면 정액 자국일까. 아니면 다른 것.
발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기다렸다. 그들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여기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여기 있을 거라는 걸.
엉덩이를 조금 더 들었다.
구멍이 더 잘 보이게.
그들이 다가왔다.
그림자가 내 위에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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