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경계선
무슨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다.
침대에 누워 있는 아라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두 번의 절정이 그녀를 완전히 지치게 만든 모양이다. 숨소리조차 고르다. 방 안에는 아까와는 다른 기운이 감돈다. 내 자지의 촉감, 아라 가슴의 여드름. 동시에 일어난 변화다.
침대에서 일어난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흥분 때문인지 긴장 때문인지 모르겠다. 손가락으로 자기 자지를 한 번 더 만져본다. 분명히 평소의 것과 다르다. 기둥을 따라 울퉁불퉁한 돌기들이 박혀 있다. 마치 내가 상상했던 그 딜도 모양 그대로다.
욕실로 걸어간다. 발소리를 죽이려 애쓰지만 미세한 삐걱임이 바닥에서 난다. 욕실 문을 열고 불을 켠다. 형광등이 깜빡이고 나서 방을 가득 채운다.
거울 앞에 선다.
아직 발기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내 자지는 반쯤 서 있는 상태로 거울에 비친다. 손으로 받쳐 들어 올려 본다. 확실히 다르다. 원래는 매끈한 기둥이었다. 지금은 표면에 작은 구슬 모양의 돌기들이 고르게 박혀 있다. 야동에서 본 그 딜도와 똑같다.
혼자서 이걸 어떻게 만든 거지?
아라와 관계할 때 상상한 게 실제로 일어난 건가. 그렇다면 가슴의 여드름도 내가 '없어졌으면' 하고 바란 게 실제로 사라진 거다.
테스트가 필요하다.
오른팔을 거울 앞으로 든다. 가느다란 팔뚝, 이두근이 살짝 부풀어 오르는 상상을 한다.
눈을 감고 집중한다. 팔 근육이 커진 모습을 머릿속에 그린다. 힘줄이 더 도드라지고 근육이 부풀어오른 이미지.
눈을 뜬다.
거울 속 내 팔은 상상한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두꺼워져있었다. 왼팔과 오른팔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니 확연한 차이.
분명히 변화가 있다.
나는 욕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손이 떨린다. 이것이 현실이다. 나는 신체를 조작할 수 있다. 내 상상이 현실이 되는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더 큰 변화도 가능할까?
다시 일어나 거울 앞에 선다. 이번에는 성기의 크기를 키우는 상상을 해본다. 더 길고 굵은 자지. 길이는 지금보다 5센티미터는 더 길게. 굵기는 주먹쥐었을 때 손가락이 닿지 않을 정도로.
눈을 꼭 감고 집중한다. 온 힘을 다해 이미지를 그린다.
눈을 뜬다.
변화가 없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주 약간 길어져 있었다. 두깨도 미묘하게 두꺼워진것 같다.
팔도 자지도 상상한 모습 그대로 변화하진 않았다. 한계가 있는것 같다.
피로감이 밀려온다. 이 능력은 기운을 많이 쓰는것 같다.
다시 시도해본다. 더 강하게 집중한다. 머릿속으로 거대한 성기를 그린다. 상상이 현실이 되라고 명령한다.
눈을 뜬다.
이번에는 그대로다. 확실히 변화에는 한계가 있고 능력을 사용하면 아주 피곤하다.
욕실 벽에 등을 기대고 숨을 고른다. 아까 아라의 가슴팍에 있던 여드름이 떠오른다. 혹시 내가 잘못본게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잠이 들것 같이 피곤하지만 그래도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욕실에서 나온다. 침대 위에서 아라는 여전히 잠들어 있다. 내가 두고 간 그대로 미동도 없이 누워 잠들어있다.
멈춰 서서 그녀를 바라본다. 잠든 얼굴은 편안해 보인다. 첫경험의 여운이 남아 있는 표정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침대 옆에 앉는다. 매트리스가 살짝 눌리며 삐걱인다. 아라는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다. 만약 아라의 동의 없이 신체 일부를 변형시킨다면 최대한 아라도 기뻐할 방향으로 변화시키는게 .
나는 그녀의 얼굴을 살펴본다. 뿔테 안경을 벗은 얼굴은 예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귀여운 편이었다. 울긋불긋하게 이마와 볼을 덮고 있는 여드름 흉터가 가리고 있지만 말이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는 이유가 있다.
아라의 얼굴에 손을 가져간다. 실제로 만지지는 않는다. 손바닥을 그녀의 얼굴에서 몇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띄운다.
흉터가 사라지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빈다. 매끈한 피부.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얼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다려본다. 몇 초가 흐른다. 아라의 얼굴은 그대로다.
집중이 부족한 건가. 눈을 감고 다시 시도한다. 아라의 얼굴에서 흉터가 사라지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린다. 손가락으로 그 부위를 문지르면 매끈해지는 이미지.
눈을 뜬다.
바뀌었다! 울긋불긋하던 여드름 자국들이 이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라의 가슴을 본다. 알몸 그대로 누워있는 그녀의 가슴은 납작하고 넓게 퍼져서 가슴과 배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가슴 크기를 키워보자. 조금만 더 커지게. 그런데 아라도 가슴이 커지는걸 원할까? 여드름 흉터는 세상 누구든 없어지면 좋아할테지만 가슴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보고 싶다. 호기심과 여자친구의 가슴이 커지길 바라는 욕망 이성을 부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되돌려 놓으면 된다는 막연한 낙관적 생각이 이성을 마비시켰다.
집중한다. 그래도 조금만 하자, 어짜피 무한정 바뀌지도 않지만... 손을 가슴 위에 띄운다. 부풀어 오르는 이미지.
눈을 뜨고 확인한다.
펄쩍 뛸 뻔 한 것을 간신히 참는다. 커졌다. 분명히 커졌다. 여드름 흉터가 희미해진것을 이미 봤지만 감회가 남다르다.
광기에 사로잡힌 과학자의 눈빛을 한 봉근은 아라의 밋밋한 허리라인과 볼록 튀어나온 뱃살을 보고 홀린듯이 상상한다. 잘록한 11자 복근을. 눈을 감고 앞에 누워있는 여자의 밋밋한 허리에 볼록 튀어나온 뱃살이 11자 복근의 잘록한 허리로 바뀐 모습을 이미지화 한다. 약간 날씬해진 허리를 보면서 아라 옆에 쓰러지듯 눕는다.
기절할듯이 너무나도 피곤하다. 변화시킨 모습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하는데.
창문을 통해 상점 간판 불빛이 천장을 비추고있다. 천장을 향해 양손을 들어 올려 본다. 여전히 오른팔만 약간 더 발달한 잔근육이 보일듯 말듯 하다.
실망과 동시에 안도감이 든다. 완전한 전능함은 위험하다. 나 자신조차 통제하지 못할 힘은 무섭다. 지금의 제한된 능력이 오히려 안전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아쉽다.
완벽한 몸을 가진 여자들을 만들 수 있다면. 그들이 나를 원하게 만들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걸 조종할 수 있다면.
문득 아라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충만감이 떠오른다. 그녀가 절정에 이를 때마다 뭔가 내 안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처음에 봉식이 사정할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첫경험의 기분인줄 알았지만 평소에 하던 자위와는 확연히 다른 감각. 그게 능력의 원천인가? 아니면 능력을 키우는 열쇠인가?
문득 생각이 미친다. 이 능력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사람들의 몸을 고쳐주고 돈을 받는 거다. 성형외과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흉터 제거, 체형 교정, 근육 증가. 원하는 대로 바꿔줄 수 있다.
물론 한계는 있지만. 지금 내 능력 수준에서는 간단한 변화만 가능하다. 하지만 더 연습하면 더 큰 변화도 가능해질 거다. 아까 내 팔 근육 변했고, 아라의 가슴도 커졌다. 시간이 지나면 더 정교해질 거다.
나는 이 능력을 어떻게 써야 할까? 앞으로도 계속 쓸 수 있는걸까? 대가는 없을까? 여러가지 생각들이 폭발한다.
당장 떠오르는 건 아라를 더 예쁘게 만드는 거다. 그녀는 이미 내 여자 친구다. 하지만 더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제한적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바꿔나가면 결국에는 누구나 부러워할 몸매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변한 그녀가 나만 바라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다른 여자들에게도 손을 뻗을 수 있다. 학교에는 예쁜 여자들이 많다. 그들의 몸에 내 손길이 닿으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빨리 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이 능력이 알려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사람들이 나를 괴물로 보거나, 아니면 이용하려 들거나. 과학적으로 연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비밀로 해야 한다. 아라에게도 절대 말하면 안 된다.
아라의 숨소리가 고르다. 나도 서서히 잠에 빠져든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앞으로 펼쳐질 무한한 가능성이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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